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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300일, 언제까지 김진숙만 바라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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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족통신 작성일11-10-31 22:38 조회1,8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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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2003년 당시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129일간 고공 크레인 농성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남긴 유서 내용이다. 그의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여전히 노동자는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철탑에 오르고 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오른 지, 1일로 300일이 된다. 노동 역사상 유례가 없는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변화는 있었다. 꿈쩍도 하지 않을 거 같던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지난 10월 7일, 국회 권고안을 받았다.

권고안에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94명을 1년 이내 재고용하고 △재고용하기 전까지 노동자 1인당 2000만 원 한도 내의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사실상 구조조정안을 철회시켰다고 봐도 무방한 권고안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국회가 이 같은 권고안을 내자 "개별 사업장에 국회가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 성명을 낼 정도로 경영자 쪽에서는 권고안에 불만이 컸다.

반면, 김진숙 지도위원은 권고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 투쟁위원회(정투위) 결정에 따라 농성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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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김진숙이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는?

하지만 아직까지 김진숙 지도위원은 크레인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권고안이 발표될 때만 해도 한진중공업 문제는 해결될 듯 보였다. 권고안을 이끌어내는 데 중심 역할을 한 정동영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 권고안을 만들 때, 정동영 의원은 민주노총 위원장부터 금속노조 위원장, 각 당 대표 등을 모두 만났다"며 "심지어 김진숙 지도위원과도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사실상 그간 한진중공업 투쟁을 진행해온 모든 이들에게 재가를 받은 권고안이라는 것.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진숙 지도위원은 권고안 내용 작성에도 관여했다.

이에 권고안을 조남호 회장만 받는다면 김진숙 지도위원은 빠른 시일 내로 크레인에서 내려 올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세부 내용을 두고 아직까지 노사는 교섭을 진행 중이다.

권고안에 나온 재고용 관련해서, 노조는 "그간 일했던 근속년수를 인정해서 재고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사측은 "해고했다 다시 취업하는 형식이니 경력직 신입사원으로 신규 입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근속년수에 대한 근속수당과 부수적인 사항, 즉 회사에서 지급하는 학자금 지원, 보너스 등이 적용되기 어렵다.

1년 안 재고용 관련해서는 그 시점이 엇갈리고 있다. 노조는 2월 14일에 해고됐기 때문에 그때부터 1년을 보고 있다. 반면 사측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시점에서부터 1년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보니 교섭은 평행선만을 그을 뿐이다.

31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공장 신관에서 진행된 노사교섭도 마찬가지였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조남호 회장은 권고안과 관련해 적극 수용하겠다고 노조에 밝혔지만 이후 진행된 이재용 사장과의 교섭에서 사측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오늘(31일) 진행된 교섭에서도 입장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노사는 2일 다시 교섭을 열기로 했지만 현재의 상황이 반복될 듯하다.

1191일 싸운 GM대우, 1411일째 싸우는 재능지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길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자칫 이번 겨울도 85호 크레인 위에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교섭 국면이 넘어가면 "투쟁"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건 노동계의 일반적 견해다. 장기화되면 농성은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온 GM대우 비정규직 조합원 15명이 전원 복직했다. 설을 하루 앞둔 2일,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 하지만 해고된 지 1191일 만의 복직이었다.

그간 농성은 쉽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해고된 이후 인천시 GM대우 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진행했다. 2008년에는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조합원들이 돌아가며 회사 앞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단식은 밥 먹듯 했다. 용역 직원의 폭행은 비일비재했다. 2010년 12월, 조합원 2명이 GM대우 공장 정문 앞 8m 높이의 아치형 조형물 위에 올라가 64일 동안 고공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나마 현장으로 돌아간 GM대우 비정규직 조합원은 낫다. 1일로 농성을 한 지 1411일이 된 재능교육노동조합은 여전히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위탁산업계약을 종료하면서 사실상 해고를 시켰고 이에 반발해 지금까지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현재 양측은 업무방해금지가처분, 급여통장 가압류, 3억여 원의 손해배상소송, 조합원 구속, 지부장 해고 등 일련의 사건들이 진행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 질대로 깊어져 합의는 고사하고 협상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코오롱 노조, 시그네틱스 노조, 콜트콜텍 노조, 대우자동차판매 노조 등 셀 수 없는 장기투쟁사업장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 순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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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김진숙을 35m 위에 올려놔야 할까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진중 노조에서 주장하는 건 해고 자체가 부당한 상황에서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면서도 "(노동계가) 좀 더 많은 힘을 모아 노조의 의견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자기 조합원 이익을 위해서는 손가락을 자르지만 구조조정이라는 노동자 계급 문제를 위해서는 나서지 않는 대기업 노조 위원장, 그리고 투쟁을 희망버스에게 "외주화"한 민주노총에게 무엇을 바란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회사가 국회의 권고안을 받을 수 있게 된 건 전적으로 김진숙 지도위원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다시한번 힘써줄 것을 부탁하며 이번 겨울도 크레인 위에서 보내도록 하는 게 도리에 맞는 일일까.

우리는 언제까지 김진숙 지도위원만을 바라보며, 그를 35m 위에 올려놓아야 할까.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세상인 듯싶다.



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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