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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붕괴, 그리스보다 더 큰 위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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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족통신 작성일10-05-04 22:58 조회3,7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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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내부에서 붕괴하고 있나?

유럽 통합의 긴 여정이 시작됐을 때부터 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은 늘 있어 왔다. 통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유럽 통합 프로젝트는 1945년 이후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 낸 것도 사실이다.

유럽은 적어도 500년 이상 민족주의적 갈등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그 갈등은 특히 2차 세계 대전의 참화 속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복수심이 유럽 대륙을 휘감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2010년 현재 유럽연합(EU)이라는 지붕 아래 유로 공동 통화를 쓰는 나라는 16개국이다. 비자 없이 자유로운 국경 통과를 허용하는 솅겐협정에 가입한 나라는 25개국이다. 유럽연합에는 중앙집권적 관료기구가 있고, 인권 문제를 다루는 중앙 법정이 있으며, EU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추대하는 과정에 있기도 하다.

이런 기구들이 가진 힘을 과장해선 안 되겠지만, 유럽 전역에서 나타났던 민족주의적 저항의 움직임, 특히 강대국 일각에서 있었던 그러한 움직임을 좋든 나쁘든 극복했음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평가절하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유럽은 지금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내부적으로 붕괴(implode)하고 있는 듯하다. 붕괴의 코드명은 "그리스"와 "벨기에"이다.

전세계가 알고 있듯이 그리스는 심각한 국가 부채 위기를 겪고 있다. 무디스는 그리스의 국채를 정크 본드 수준으로 하향조정 했다. 게오르기 파판드레우 총리는 마지못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IMF에서 돈을 빌린다는 것은 곧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IMF의 대출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인기를 얻기 매우 힘든 결정이다. 그리스의 주권과 자존심, 특히 그리스의 서민경제(pocketbooks)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스에 대한 재정 지원은 EU 회원국들이 우선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유럽국가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얘기는 아주 간단하다. 그리스의 예산 적자 규모는 엄청나다. 그렇지만 그리스는 유로존에 속해 있기 때문에 예산 적자 문제를 덜기 위해 자국의 통화 가치를 절하할 수 없다. 따라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럽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나라인 독일은 지원을 매우 꺼리고 있다. 독일 사람들은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완강히 반대해 왔는데, 그건 기본적으로 유럽의 위기 때 나타나는 보호주의적 경향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또 그리스를 지원하면 [그리스와 비슷한 재정문제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가 줄줄이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독일 사람들은 그 나라들이 모두, 아니면 최소한 그리스만이라도 유로존에서 탈퇴하길 원하는 것 같다. 그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가게 될 경우 가장 타격을 받게 되는 나라는 그리스를 제외하면 독일이다. 독일 경제는 유로존 안에 있는 든든한 수출 시장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 같다. 부실 시장을 집어 삼키려는 세력들이(market vultures) 국가 부채 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머리 위를 배회하고 있다.

이 와중에 벨기에의 해묵은 위기가 갑자기 고개를 내밀었다. 벨기에는 범(汎)유럽주의 정치(pan-European politics)의 결과로 생겨난 나라다. 카를 5세의 합스부르크 제국이 [1555년] 붕괴하면서 소위 부르고뉴령 네덜란드(Burgundian Netherlands)는 북부의 연합주[United Provinces: 현재의 네덜란드]와 남북의 오스트리아령 네덜란드[현재의 벨기에]로 분할됐다. 나폴레옹 전쟁은 두 지역을 다시 하나로 통합해 네덜란드 왕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1830년 유럽 지역의 투쟁 때문에 두 지역은 다시 나눠졌고, 과거 오스트리아령 네덜란드 지역에 벨기에라는 나라가 탄생했다. 왕은 외부에서 수입해 왔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어[플라망]을 쓰는 북쪽의 플랑드르 지방과 프랑스어를 하는 남부 왈론 지방으로 대략 나뉘어져 있고, 독일어권 지역도 작게나마 있다.

[건국 이후] 1945년까지는 왈론 사람들의 교육과 경제 수준이 [플랑드르인들에 비해] 더 높았고 벨기에 정부의 요직을 차지했었다. 플랑드르 민족주의는 정치·경제·언어에 있어서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통해 탄생했다. 1945년 이후 벨기에의 경제 구조는 변했다. 왈론 지방은 경제적 활력을 잃었고 플랑드르 지방은 그 반대가 된 것이다. 그 결과 벨기에의 정치는 플랑드르인들이 더 많은 정치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끝없이 벌이는 투쟁의 장이 되었다. 벨기에를 두 나라로 분할해야 한다는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많은 [플랑드르] 사람들은 더 많은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다.

플랑드르 사람들은 조금씩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했다. 오늘날 벨기에가 하나의 국가임을 얄려주는 것은 공통의 왕정과 공통의 외교장관을 갖고 있다는 것 뿐이다. [플랑드르와 왈론 사이에] 그 외의 공통점이란 거의 없다. 요컨대 현재의 벨기에는 플랑드르, 왈론, (수도) 브뤼셀 이렇게 세 개의 지역으로 구성된 연합국가(confederal state)라는 것이다.

그런데 브뤼셀은 벨기에만의 수도가 아니라 유럽의 수도이자 EU 집행기관(European Commission)의 중심 무대다. 또한 브뤼셀은 철저하게 두 언어를 병행해 사용하는 도시다. 플랑드르인들은 [브뤼셀은 플라망 사용 지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2개 언어 사용 관행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벨기에를 분할하자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브뤼셀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플라망 사용 지역의 선거구 분할에 대한] 최근의 협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끝이 났고, 벨기에 유력 프랑스어 신문 <르 수아르>(Le Soir)는 "2010년 4월 22일 벨기에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이 신문의 대표적인 논설위원은 "이제 더 이상 벨기에를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고 묻기도 했다. [알베르 2세] 국왕은 다시 연정을 구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마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국왕은 새로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완전히 다른 의회가 탄생할 것이라는 희망은 크지 않다. 벨기에는 오는 7월부터 EU 이사회 순번의장국을 수임해야 하는데, 의장 역할을 할 벨기에의 총리가 그때까지 선출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그리스의 문제는 전염성이 있다. 그리스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재현되지 않을까? 이미 재현되고 있지는 않은가? 유로화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벨기에의 문제는 전염성이 더 크다. 만약 벨기에가 분할되면 양측(플랑드르와 왈론) 모두 EU 회원국이 될 텐데,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 역시 분할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유럽의 많은 나라들 내부에는 분리주의 혹은 유사 분리주의 운동이 있다. 벨기에의 위기는 곧 유럽전체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유럽의 내부 붕괴를 위협하는 두 가지 요인 중에서 그리스로 상징되는 문제는 비교적 쉽게 풀릴 수 있다. 독일이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독일 보호주의가 아니라 유럽 보호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벨기에의 위기는 훨씬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유럽이 진정한 연방국가(federal state)로 즉시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현존하는 국가들이 분할되더라도 그 모든 나라들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은 지금까지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세계가 전체적으로 겪고 있는 경제 문제 때문에 편협한 민족주의 세력들이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힘을 키워 왔다. 이런 현상은 최근 시행된 모든 선거에서 나타났다. 강력한 유럽 연방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유럽이 해체의 물결과 맞서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유럽은 물거품처럼 꺼질 수도 있다.

미국 정가에는 유럽의 문제를 고소하게 여기는 분위기(Schadenfreude)가 있다. 그러나 유럽의 내부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곧 미국의 내부 붕괴를 점점 더 강하게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유럽과 미국은 시소를 타듯 한 쪽이 올라가면 한 쪽은 내려간다. 이같은 상황이 향후 2~5년간 어떻게 전개될지는 매우 불분명하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 문제 칼럼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 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5월 1일 280회 논평 원문보기)





/美예일대 석좌교수 이매뉴얼 월러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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