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여, 이젠 안녕 > 민족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영문뉴스 보기
2024년 4월 17일
남북공동선언 관철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민족게시판

[시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여, 이젠 안녕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향신문 작성일18-08-17 23:34 조회1,317회 댓글0건

본문

[시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여, 이젠 안녕

수지 김 럿거스대 교수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은 조심스러운 낙관론에서 냉소적인 회의론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 반응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것은 이른바 자유주의적 세계질서가 스스로 가진 모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여, 이젠 안녕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한 수 뒤졌고” “속았다”고 결론내림으로써 이러한 반응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대화론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이 왜 불편하게 느껴졌는지 설명하며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총리를 무참히 공격한 지 며칠 뒤 세계에서 가장 전체주의적인 국가의 정상을 껴안는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솔직히 이상했다”고 썼다. 사실 공화당 매파 존 볼턴과 민주당 상원의원인 척 슈머가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색한 조합이다. 슈머는 트럼프에게 보낸 서한에서 핵개발에 대한 북한의 양보를 포함하지 않는 어떠한 합의에도 반대할 것이라며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의심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사찰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위협과 주권 침해를 우려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초장부터 이를 받아들이기란 불가능했다.

볼턴을 지지하는 진보인사들은 트럼프가 김정은이 독재자로서 가진 절대권위를 부러워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트럼프가 악마와 악수를 했으며 1945년에 악을 물리친 뒤 70년 이상 이어온 미국의 세계에 대한 관리에서 후퇴했다고 믿는다. 이들은 트럼프의 대북 화해는 세계사의 전환점, 자유주의적 질서의 종언을 뜻한다고 본다. 이들이 말하는 자유주의적 질서는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민주주의 증진, 가치 공유국에 대한 지원, 동맹 보호, 자유무역 증진 등으로 미국의 힘을 정당화하면서 만든 일련의 국제 규범, 규칙에 기반한 질서이다. 

이들은 미국이 벌인 많은 전쟁이 안보와 번영을 확대하고, 자유주의적 질서를 공고히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보와 번영이 과연 무엇이고,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갔으며,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엔 관심이 없다. 이 질서를 유지한다는 미명하에 국내적으론 인종주의, 성차별, 계급적 배제 정책을 펴고 국제적으론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등으로 아시아에서만 수백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해악은 외면한다. 

코미디쇼 <SNL>은 트럼프 당선 직후 뉴욕시민들의 선거 결과에 대한 상반된 반응을 잘 보여줬다. 진보 성향 백인들은 트럼프 당선에 “악몽 같은 시나리오” “미국이 보여준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두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에 비해 흑인들은 제도에 뿌리내린 인종주의, 구조화된 불평등, 해외 군사개입 등 유권자들의 역사에 대한 미국 사회의 무지에 고개를 저으면서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외교정책은 군사력을 이용해 다국적기업들을 이롭게 하는 ‘포함(砲艦)외교’ 형태를 띠어왔다. 과거엔 적어도 이러한 정부-기업 유착을 숨기려는 시도라도 있었지만, 트럼프하에서 이 공모관계는 노골화됐다. 이것이 자유주의적 질서가 서있는 토대이다.

미국인들이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김정은의 정상회담 첫마디는 집단적으로 경험한 과거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리’에게는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렸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가 싸웠던 전쟁을 끝내야만 하는데, 여기까지 오는 데만 3대가 걸렸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은 팍스아메리카나와 미국 예외주의라는 자부심이 해체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애도이다. 하지만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의 끝자락에 느끼는 이러한 상실감을 제대로 된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70년은 한반도에는 매우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는 바로 그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지탱하기 위해 1948년 두 개의 국가로 분단됐다. 대한민국 정부는 공산화된 북쪽에 대항하는 방어벽으로 정확히 70년 전인 1948년 8월15일 수립됐고 그다음 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됐다. 남북한이 자신의 미래를 가꿔나가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했어야 할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그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와 작별할 때이다.

※ 이 글은 8월13일 미국역사학회 온라인 잡지 퍼스펙티브데일리에 실린 것을 요약·번역한 것이다. 김 교수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의 제자로 한국현대사 전공자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172025015&code=990303#csidx7871bf636f0a9aa8b965f0d1315ce3f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부고]노길남 박사
노길남 박사 추모관
조선문학예술
조선중앙TV
추천홈페이지
우리민족끼리
자주시보
사람일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한겨레
경향신문
재도이췰란드동포협력회
재카나다동포연합
오마이뉴스
재중조선인총련합회
재오스트랄리아동포전국연합회
통일부


Copyright (c)1999-2024 MinJok-TongShin / E-mail : minjoktongshin@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