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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공동성명에 기뻐하는 한국, 혼란에 빠진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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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의 소리 작성일18-06-16 01:34 조회6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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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을 TV로 시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1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을 TV로 시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이 큰 기대를 받았던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악수할 때 한 한국 기자가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서울의 한 기차역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던 한국인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몇몇 서양 관광객이 이 상황에 동요하며 혼란에 빠져 머리를 긁적인 것이다. 한 영국인 관광객은 “이 곳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걸 보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의 반응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이보다 좋은 예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한국 국민은 거의 70년간 그들을 짓누르던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 역사적인 이 순간을 조심스럽게 기뻐할 때, 서방 언론은 충격과 때로는 분노로 상황을 바라보는 듯 했다.

서방 언론은 (대부분 미국 민주당 지지자나 진보진영의 주도 하에) 지난 몇 달 간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적대감을 꾸준히 드러냈다. 그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상반된 결과가 나타날까 봐 노심초사했던 해설자들의 입을 통해 말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며칠 동안은 그 적대감이 격한 흥분 상태에 이르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북한과 미국의 국기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두고 모든 언론이 난리를 쳤다. MSNBC의 니콜 월리스는 정상회담 자체가 사실은 “트럼프의 속임수”이고 트럼프의 “임기 중반 전략”의 일환일 뿐이며, 그가 ‘러시아 게이트’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와 마주 앉지 않게 하려는 전략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또, 군수업체들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 미 테리는 “평화협정은 안 된다”며 “한국에 미군이 주둔할 정당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모든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적대감이 정말 격앙된 것은 정상회담 이후였다. 서방 전문가와 주류 언론은 거의 예외없이 공동성명 서명을 조롱하고 회의론을 쏟아냈다.

이들이 내건 이유는 다양했다. “트럼프가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그에게 선전용 승리를 안겨줬다”, “트럼프가 별로 받은 것 없이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너무 과하게 칭찬한다”, “트럼프가 북한이 선전용으로 사용하는 ‘도발적인’ 한미연합훈련이라는 수사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둥 말이다.

여러 비판 중 많은 부분은 트럼프가 (알고 보니 한국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한미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하고 한국 주둔 미군의 일부를 철수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주류 언론이 트럼프를 비난할 때 늘 등장하는 내용 중 하나가 “그는 언제고 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나사 빠진 미치광이”라는 것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가 미국 군사력의 규모와 영향 범위를 줄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뉴시스/AP

하지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유난히 혼란에 빠지고 분개한 이들은 미 민주당 지지 계열의 언론이었다.

영원한 전쟁에 중독돼 있는 미국에 관한 책을 쓴 바 있는 레이첼 매도우는 어떻게 해서든 북미정상회담을 러시아와 연결시키며 트럼프의 미군 부분 철수 계획이 푸틴에게 위험한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도우는 혼란에 빠져 찡그리며 합의 내용에 대해 말했다. “왜 그렇게 한 거죠?”, “이건 뭐죠?”.

‘복스(Vox)’도 (쉘든 아델슨과 같은 공화당의 자금 모금자가 지원하는 신보수주의 싱크탱크로 수년간 이란 핵 협정을 반대해 온)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분석가를 인용해 “충격적일 정도로 약한 거래”에 대해 썼다.

또, ‘마더 존스(Mother Jones)’의 케빈 드럼은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을 버렸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건 미친 짓”이라고 썼다. 김정은이 얻은 양보들과 트럼프가 얻은 것(아무것도 없음)을 비교한 드럼은 “이 모든 것이 트럼프 플라자 호텔을 탄생시킨 엉망진창이었던 협상과 똑같다”고 비난했다.

‘가디언(Guardian)’의 조나단 프리드랜드는 지금까지 열거한 거의 모든 상투적인 비판을 동원하며 이번 합의가 “역사적인 진전 - 김씨 왕조를 위해서”라고 했다. 프리드랜드는 “이번 합의를 시험할 유용한 방법”으로 만일 오바마의 협상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트럼프가 어떻게 반응했을지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이것은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수년 간 트럼프가 무식하고 악의적으로 이란 핵 협정을 공격한다고 불평한 점을 감안컨대 이상한 논지가 아닐 수 없다.)

접할 수 있는 언론이 온통 이렇다면 트럼프가 방금 단독으로 한국과 전 세계를 암울한 운명에 빠뜨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한국 국민은 왜 이번 합의를 좋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서로 다른 북미정상회담을 본다

눈에 띄는 몇몇 예외를 제하고, 서방의 언론보도만 봤으면 한국 국민이 이번 공동성명 소식을 낙관적으로 접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물론 조심스러운 낙관주의일 때가 많았다. 그래도 낙관주의는 낙관주의다.

이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한국 국민의 81%는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기를 바랐다 (이것이 미국 국민의 70%에 비하면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서방의 언론보도만 봤으면 유엔 사무총장이 이 공동성명을 지지하며 국제사회도 거기에 명시된 목표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의 한 도시 시민들이 앞으로의 협상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조용히 얘기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굉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를 것이다.

서방 신문 칼럼니스트들이 초지일관 북미공동성명을 반대하고 있을 때 문재인은 이를 극찬하고 있었다. 그는 두 지도자가 만나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는 “이것이 출발일 뿐이고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 합의가 “지구상에 남은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청산하는데 도움이 된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국민이 직접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들이 “버림을 받았다”고 진지하게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북미회담 이후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감격스러운 발표문을 읽어보면, 그가 심지어 정상회담 전날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보면 레이첼 매도우처럼 어떻게 카메라 앞에 인상 쓰고 앉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 정상회담은 대체 왜 한거야”라는 질문을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서방 이외 지역의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다른 현실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싱가포르의 일간지 ‘스트레이트 타임즈(Straits Times)’는 이 정상회담을 “평화를 향한 기나긴 길의 첫 걸음”이라 불렀다.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스트레이트 타임즈’는 “실행 조치는 앞으로 있을 것”이며 “일반적인 합의만으로도 합격”이라는 전문가들을 인용했다.

한국의 영문 일간지인 ‘코리아 헤럴드’ 또한 이번 합의가 “새로운 데탕트의 시대를 열었다”고 선언하고 그것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첫 걸음”이라며 기뻐했다. ‘코리아 헤럴드’도 공동성명이 구체성이 떨어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양측이 협력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코리아 헤럴드’는 더 냉소적인 시각도 소개했지만, 합의문의 부족한 점에 대해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내지 않고 향후 협상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을 인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이런 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선, 서양 이외의 지역에서는 언론 보도가 북미정상회담을 사실상 성사시킨 문재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반대로, 서방 언론은 이데올로기적, 경제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벌어지는 세상의 모든 일을 그와 연관 지어 해석하고야 만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공동성명이 언론이 혹해버린 “트럼프 쇼맨십”의 한 발로였을 뿐이라는 칼럼이 등장한다. 이 모든 일이 로버트 뮬러 특검을 해고하려는 트럼프의 8-차원적 체스 전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이런 전문가들에게 한국은, 아니 미국외의 모든 국가도 마치 존재하지 않나보다.

이런 움직임이 위험한 결과를 낳고 있다. 트럼프가 전쟁 발발 가능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야당 민주당이 점점 군사주의적이 돼 가는 것이다. 평화를 위한 문재인의 노력이 미국 민주당에 의해 좌초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아이러니가 될 것이다.

물론 북미공동성명이 완벽하고 비판받을 점이 없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독재자와 대화했다는 격앙된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솔직해지자. 이런 비난은 주로 사우디의 왕세자를 현대적인 개혁가라고 칭송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지 않는가?), 현재 벌어지는 일들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국 국민은 이를 잘 아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서방의 전문가들은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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