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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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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정상회담, 뭘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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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민웅 작성일18-04-30 03:18 조회3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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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뭘 못하겠는가?
[김민웅의 인문정신] 4.27 남북 정상회담, 그 아름다움
함께, 뭘 못하겠는가?
문재인의 미소, 김정은의 재치

감격과 눈물,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하루였다. 우리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그 합의 내용 못지않게 한편의 감동적 드라마의 기쁨을 누렸다. 도리어 이 대목이 더 큰 울림을 줄 정도였다. 온화하고 다정한 "문재인의 미소", 그리고 활기차고 여유로운 "김정은의 재치"가 돋보인 날이었다. 그 미소는 그저 미소가 아니라 신중함과 인내 그리고 평화에 대한 확신을 뜻하고, 그 재치는 그저 재치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적대적 분단의 해소를 위한 원칙에 대한 의지였다.  

"김 위원장과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되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우정선언은 한반도의 미래를 그대로 확인해주었다. "동무"라는 말에 "길"이 붙으니 사뭇 다른 감수성과 메시지를 전해주는 고차원의 민족적 동질성을 드러낸 시적 어법이었다.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즉석에서 문대통령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북쪽 월경의 체험을 실현하고, "멀다고 하믄 안 되갔구나", 평양냉면 이야기하다가 남과 북 사이의 거리는 더 이상 멀지 않다고 일깨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니와 으니"라는 두 사람에 대한 애칭까지 나올 정도다.  

신중하면서 마음 따뜻한 지도자와 파격적 결정의 권한을 가진 지도자가 만난 자리는 남과 북의 복잡하고 암담했던 과거를 진짜 과거로 만들어버렸다.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 두 정상부인의 만남 역시도 남과 북의 화해와 우의를 부드럽고 깊게 다지는 감동을 주었다. 아름다운 메시지였다. 이러한 모습들은 남과 북 모두에게 상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엄청나게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외부의 힘도 함부로 개입해 들어오기 힘든 우리민족의 관계를 온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 판문점 공동취재단


도보다리의 판타지 

무엇보다도 "도보다리"의 두 정상 밀담은 이 모든 일정에서 가장 강력한 충격과 감동을 준 장면이었다. 전 세계가 보는 가운데 "통역 없는 정상회담", 그리고 서로를 온 힘을 다해 설득하고 진지하게 경청하고 무릎을 맞대며 뜻을 맞추어가는 과정은 한반도 문제 해법의 방식이 근현대 외교사 전반의 내용과는 그 격과 스타일이 전혀 다른 것임을 새삼 각성하게 했다. 이는 남과 북 모두의 역량을 과시함과 함께 새로운 외교모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세계적 주목과 평가의 대상이 된 셈이다.  

도보다리, 그러니까 철교가 아니다. 걸어서 건너는 다리, 그 위에서 남과 북이 평화와 통일의 판타지를 그렸다. 이제 조만간 누구나 그렇게 걸어서 오갈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무례하게 끼어들 수 없는 공간이 생겨날 것이며 남북이 겪어온 세월이 만든 차이를 핏대를 올리며 각기의 주장대로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저렇게 차분하게 설명하고 진지하게 듣고 마음이 합쳐지는 역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 남북 한 겨레가 만들어갈 그 다리 위로 미국을 비롯해서 중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가 오가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들과 함께 하면서도, 그 중심은 우리가 확실히 잡고 가는 길이 열리는 꿈이 이로써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적대적 관계는 종식될 것이며, 평화는 일상이 될 것이고 남북 공동번영은 당연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남과 북은 오늘 대담한 상상력으로 걷기 시작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건배사, "우리가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으면 어떤 도전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꼭 보여줄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배사 모두 우리의 염원을 그대로 담아냈다. 

판문점 선언, 자주와 평화로 가는 길 

"판문점 선언"은 그런 까닭에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의 목록과 그 해결의지, 방식을 치밀하게 잘 정리해냈다. 전쟁 없는 한반도를 내걸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민족자주의 원칙"은 가장 중요하게 주목되는 대목이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은 이를 중심으로 전개해나가야 하는 것이지 자주를 포기한 채 패권체제에 끌려가는 방식은 더는 아니라는 선언이다. 실로 "자주통일"이라는 용어가 전면에 나온다는 것은 그야말로 획기적이다. 이미 1972년 7.4 공동성명에서도 등장한 바 있으나 "자주"라는 말은 남쪽에서는 그동안 거의 유배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감격적이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에너지가 얼마나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것인지 예측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질 것이며 우리 사회 내부의 모순과 갈등도 상당하게 해결되는 출구가 생겨나는 것이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이라는 대목도 주목된다. 민족주의가 배격되고 있는 현실에서 "민족경제"라는 공동체적 동질성과 단일성을 회복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파시즘과 연동된 민족주의는 당연히 소멸시켜야 하지만, 식민지배에 저항하고 투쟁하면서  성장해온 민족에 대한 의식과 자세는 충실하게 복원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세계적 개방성의 축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함께 할 수 있는 과제, 방식, 영역이 이로써 확장되고 그 안에 인류적 가치를 포괄하는 순간, 엄청난 동력이 발동될 것이 틀림없다. 철도를 비롯한 남북 네트워크가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작동하게 된다면 그 위에 펼쳐지는 사건들은 무한해진다. 

ⓒ 판문점 공동취재단


평화의 제도화, 공동번영의 미래 

이 모든 것을 보장하는 것은 군사적 적대관계의 종식과 평화의 제도화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 것이다. 국가보안법도 이 기회에 폐지되어야 하며, 개헌도 통일 코리아를 준비하는 법과 제도의 정비를 그 안에 과감히 담아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훨씬 개방적이고 담대하게 주어져야 할 것이고 천하에 인재들을 불러 모아 민족 전체의 도약이 현실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의 내용에 전반적인 궤도 수정이 절실하다. 근현대사를 비롯, 북한에 대한 지식과 교육은 결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언론 역시 이를 위해 지금까지의 분단의식, 냉전 이데올로기, 대북 적대감 등을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남북 대중의 상호 인식에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의 남북 교류는 속도와 범위에 과감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우리사회에 철책처럼 세워져 있던 정치, 이념, 문화, 사상의 금기가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더는 사상을 문제 삼아 법적 제제를 가한다든가 북에 대한 태도를 걸고 고립시키거나 징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분위기가 되어 가면, 통진당 해산 문제도 진지하게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이제 결국 정치다. 민족적 경사와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세력은 여전히 엄존한다. 이들을 껴안고 가면서 정치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인내와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태도가 변화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단호한 정치적 청산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오직 시민사회의 위력에 의해 이루어질 때 역사적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이는 현실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남과 북이 함께 하는 길을 가로막고 평화를 모독하고 훼손하는 세력은 이 시대의 파시스트들이다. 파시스트들의 존재가 허용되는 정치는 기만을 용납하는 체제일일 뿐이다. 공적 기만은 용서될 수 없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낙관적이면서도 험난하다. 우리 모두의 합심과 일체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적대하는 세력과 동거하는 일이 아니라, 이를 척결하면서 나가는 역사의 진보다. 평화는 이 발걸음이 딛고 가는 자리에 피는 꽃밭이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명확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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