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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하 시인의 작품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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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M LEE 작성일18-04-05 06:54 조회5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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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됐다던 이산하 시인의 작품 《한라산》
이 4.3항쟁 70주년에 맞춰 페북에 올라와 공유해드려 봅니다ㅡ


한라산 _ 이산하

서시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
백두산에서
한라산에서
지리산에서
무등산에서 
그리고피어린한반도의산하곳곳에서 
민족해방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싸우다 장렬히산화한모든혁명전사들에게 
이시를바친다.

1
지금으로부터 어언 1 2 0 여 년 전
미국과 유럽 제국주의가 세계의 약소국들을 침략해 식민지쟁탈전을 벌이던 약육강식의 1 9 세기 후반 프랑스해적선이대동강을붉은피로물들이고
미국 해적선이 먼 훗날 한국현대사의 무덤을 파듯 평양의 왕릉을 도굴해 조선국왕의 수염을 뽑고 
일본이 다시 강화도까지 침략해 쇄국의 빗장을 부수자
이제조선반도는영국, 독일, 러시아까지몰려와 마지막동북아의교두보로치열한각축장이되어 서양제국주의 맹수들에게 온몸을 물어뜯기기 시작했다. 그러나목에이빨이박혀비명조차지를수없었다.

아플 권리도 약탈당하고 죽을 권리도 약탈당하고 슬플권리마저약탈당한긴긴세월동안
무당에게 홀린 ‘ 붉은 여우’ 의 국정농단으로 나라살림은 거덜 나고 민초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
었다.
앉으나서나고통밖에잃을게없는민초들은 이왕이면 벌떡 일어나 서서 죽기로 결심했으니 황토현에서치솟아우금치고개에서장렬하게꺼져버린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그것이요,
멀리 바다 건너 제주도 산방산의 들녘을 삽시간에 불
태운
‘이재수난’의들불이그것이다.
그러나 외국 군대를 끌어들여 장수들이 참수되고 민초들이총탄에겹겹이쓰러져겹겹이포개지자마자 한일합방으로나라잃고하염없이피눈물만삼키다가 어느날도둑처럼불쑥찾아온1945년불볕여름 일제식민지 3 6 년의 치욕과 악몽이 끝나기도 전에 한 손엔 빵과 또 한 손엔 해방군의 탈을 쓰고
발톱까지 무장한 채 이 땅을 점령한 미제국주의자들은 마침내순결한조선의푸른산하를 두토막으로분질러놓았다.

그리고다시40여년의기나긴세월이흘렀건만 일본총독부가 미국대사관으로 바뀌었을 뿐 미제의창살없는감옥 이식민지산하는조금도변한것이없었다. 
그리하여 미제국주의 침략사 1 2 0 여 년
다시 써야 할 피어린 민족해방투쟁의 한국현대사 압제의사슬을이빨로뚝, 뚝끊으며 붉은피로얼룩진그장엄한역사의수레바퀴를 우리어찌잊을것인가.
바람 부는 대로 쓰러지는 풀잎이 아니라면 결코그들의노예가아니라면 우리어찌보고만있을것인가.

2
이 땅은 아메리카의 한 주( 州 )
그들의 병영에서 짐승처럼 사육되었던 수많은 날들 그수많은신음의밤들을누가잊을것인가. 누가잊으라고하는가. 
1948년4월3일‘제2의모스크바’
밤마다 먼저 간 동지들의 피를 묻고 살을묻고뼈를묻는혹한의한라산 그눈덮인산하 붉은피를흘리며끝내숨져간
이름 없는 혁명전사들의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끝내이어지는저붉은핏자국을누가잊는가. 누가잊을것을강요하는가.

동상으로 썩어문드러진 발가락을 자르고 뼈를깎는모진고문과추위에 
여성전사들의 생리마저 얼어붙는 밤 그들은기어이갔다. 
총알박힌다리를절룩거리며
동지들의 어깨에 매달려
진지로돌아가다
진지로돌아가다
끝내 쓰러져버린 그들은 갔다.
아―
기어이갈곳으로가고야마는가.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 제주도의 혁명전사들은 그렇게 갔다. 미제의각을뜨다가
적들의심장에불을지르다가 
끝내다뜨지못한채 
끝내다지르지못한채
한줌 피 묻은 뼛가루로 날아갔다.

적과더불어싸워서죽은 
우리의죽음을슬퍼말아라. 
깃발을덮어다오. 
인공(人共)의깃발을 
그밑에죽기를맹세한깃발 
....

3
검은상복을입고40년만에처음찾은한라산 내가나를운구하듯걷는이학살의숲은 조금도변한것이없다.
산등성이마다 뼛가루처럼 쌓여있는 흰 눈이며 나뭇가지마다 암호를 주고받는 새들의 울음소리며 삐라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에도 깜짝놀라피했던새가슴이며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오름과 무덤마다
자지러질 듯 반짝이는 별들이며
청보리 일렁이는 생가슴마다 차곡차곡 돌 쌓아
멀리수장하러배떠났던바다며 굶주린배를움켜쥔채허겁지겁땅을파헤쳐 씹고또씹었던이풀뿌리와나무껍질이며 마지막남은낙엽마저가솔린냄새를풍기며불탔던 이학살의숲은
그러나아직도총소리로가득하다. 움직이는 것은 모두 우리의 적이었지만 동시에그들의적이기도했다. 그러나우리는보고쏘았지만 그들은보지않고쏘았다. 학살은그렇게시작되었다.

그날
하늘에서는 미군 정찰기가 살인예고장을 뿌리고 바다에서는 미군 함대들이 경적을 울리고 지상에서는미군장교들과토벌대가총칼을휘두르며 모든 처형장을 진두지휘하던 그날
한국판 ‘ K K K 단’ 인 서북청년단이 아편에 취한 채 한림의금악리를빨갱이마을로지목해
8 0 여 명의 남녀 중학생들을 금악벌판으로 끌고 가 집단총살을 하고 바다에 수장한 다음
서귀포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로 몰려가
빨치산의 젊은 아내와 딸들을 발가벗겨
나무와 바위에 묶어 표창연습으로 삼다가
마침내 모두 대검으로 젖가슴을 하나씩 천천히 도려내 폭포속으로던져버린그날 석양에물든사라봉봉수대동백숲에서는
서청에 뒤질세라 더 포악해진 반공청년들이 하나님을외치며열아홉살처녀들을윤간해생매장하고 서귀포 임시감옥에서는 친일경찰이
빨치산과 그 가족들의 손톱과 발톱 밑에 못을 박고 일제 뺀찌로 혓바닥 뿌리까지 뽑아버린 그날

바로그날관덕정인민광장에서는
온몸이 총탄에 맞아 벌집으로 변한 사람
머리가 돌과 소총 개머리판에 맞아 함몰된 사람 복부가대검에찔려창자가삐져나온사람
음부에 긴 쇠꼬챙이가 꽂혀 있는 사람
손톱과 발톱과 이빨과 혓바닥이 모두 뽑힌 사람 손바닥과 발등에 대못이 박혀 있는 사람
두 젖가슴이 모두 잘려나간 사람... .
그런 사람들이, 한때는 사람이기도 했던 그런 빨치산
들이
십자가 나무기둥에 묶여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 이 간나새끼들과 에미나이들이 바로 빨갱이들이다! ” “ 폭도 빨갱이들의 종말은 이렇다! ”
강제로끌려나와광장에운집한도민들을향해 서북청년단과 대동청년단 같은 미친( 美 親 ) 놈들이 팔짱 낀 미군 장교들에게 서로 충성이라도 하듯 니뽄도로 시체들을 쿡쿡 쑤시며 소리쳤다.

처참한모습에여기저기서도민들이말을잃고실신했다. 부모들은 손바닥으로 아이들의 두 눈을 가리기 바빴고 간신히숨을몰아쉬며속으로속으로만어림잡았다. 저건김운민
저건박남해
저건김병남
저건양미선
저건남 진
저건현애란
저건이덕구.... 
통곡도오열도없었다.
도대체 사람이어야 통곡이라도 하지, 그것은사람이아니었다. 
결코죽은사람도아니었다.
그것은 한낱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한개의총알이가슴에박힌것은 차라리행복한죽음이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한라산을 미친 듯이 뒤흔들었다.

“미군은즉각철수하라!”
“ 이승만 매국도당을 타도하자! ” 
“조국통일 만세!” 
“제주빨치산만세!”

붉은 저녁노을이 꽃상여 따라 관덕정 위로 지고 
붉은 파도가 바람 따라 만장기처럼 출렁이며 
사라봉 지나 성산 일출봉을 돌다가 피를 토하고 산방산지나송악산을돌다가다시피를토하고 
그렇게 제주바다를 한 바퀴 돌면서 피를 토한다. 
40년전의산은다시한번빈산이되고 그빈산에그들은다시는돌아오지않았다. 살아도흘러가고
죽어도흘러가고 
마침내살아있는모든것들이흘러갔다. 죽은자들은말이없고산자들은더말이없는 이참혹한한라산
마지막 몇 사람이 기적처럼 살아 이젠상주가되어걷는이학살의숲 옆에서동지들이쓰러져시체가쌓이고쌓여도 오래슬퍼할시간이없었던이겨울숲

이제이숲은누가지키며 지키는자는또한누가지킬것인가.
앞으로도 갈 수 없고 뒤로도 갈 수 없던 세월 죽은자가산자를운구하듯 운구된자가마지막생의수순을밟듯 걷고또걷지만여전히맴도는한라산
동지들이 토벌대의 삽자루에 생매장 당한 이 숲속 동지들이 토벌대의 작두에 목이 잘린 이 숲속 동지들이 토벌대의 총칼에 쫓겨 몸을 던진 이 절벽 이아득한숲을내어찌벗어나리. 이지극한절벽을내어찌벗어나리. 생의절벽은곧나의궁극이요 나의궁극은곧생의절벽일지니
그 백척간두에서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면
그 백척간두에서 내가 나를 위해 죽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위해 한 발짝 진일보할 것인가.
내가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해 진일보한다면
과연 나의 존재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과연나의존재근원은어디서비롯된핏자국이란말인가. 장백산줄기줄기피어린자욱 압록강굽이굽이피어린자욱....

올해도물은여전히
높은곳에서숲을지나낮은곳으로흘러가고 
흘러가면서 스스로 부서져 길을 만들 것이니. 
그렇게 낮은 방향으로만 흘러 길을 만들 것이니. 능히그러할것이니. 
해마다꽃필수록아픈4월은다시오는데 
누가 그날의 제주바다를 기억하지 않는가. 
누가 그날의 한라산을 추억으로만 기억하는가.

4
돌려주자. 
오늘도노란유채꽃이칼날을물고잠들어있는
아― 피의섬제주도, 그4.3이여. 우리의심장에서피어나는이

Sung Choi, [02.04.18 11:23]
진달래꽃을 그누가꺾을수있으랴.
돌려주자.
친일매국노의 대를 이은 친미매국노들을 죽창에 꽂아 친일자본가의 대를 이은 친미자본가들을 횃불에 태워 그들에게 돌려주자.
그리고 꽃 피는 광주코뮌의 수천 명을 학살한 저피묻은5월의원수들을찢어서
갈가리찢어서
‘ 조국 아메리카’ 의 후예들에게 돌려주자.

그리하여 역사가 고발하듯
태생부터 수천만의 인디언들을 학살하더니
태생부터 수백만의 흑인노예들을 학살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태평양 건너 한반도까지 서부개척을 하
더니 멀쩡한땅을남북으로갈라늙은허수아비를조종하더니 수백만의양민들을빨갱이로만들어무차별살상하더니 평양 상공을 날며 움직이는 것들은 모조리 총질을 해
대더니 대동강에서압록강까지네이팜탄으로불태워버리더니 나치같은홀로코스트로북녘을병영국가로만들더니 마침내성조기의51번째별을그리듯휴전선을그어 자유와 평화라는 이름으로 남한을 반공인질로 잡아 우리가간신히다시일어나간절히다시꽃피울때마다 가차 없이 민주주의의 동맥을 끊어온 너희 양키들은
들어라.

우리한반도인민들의피가더욱붉은것은 우리의사상이빨갱이에물든탓이아니라 바로너희학살의원흉들때문임을
바로 너희 학살의 부역자들 때문임을 그리고침묵하라.
어둠과야만의20세기, ‘자비로운학살’을주장하며 
세계곳곳의전쟁터와대량학살의현장을지휘하고도 국제법상 단 한 번도 전범으로 재판 받지 않은
세계 악의 축이자 근원인 우리의 가증스런 ‘혈맹우방’
이여.
당신들이 발톱을 감춘 채 인간의 정의를 외치는 한 당신들이 총구를 감춘 채 인류의 평화를 외치는 한 우리는잠들수가없다.
당신들의 춤추는 칼날 위에서 우리는결코잠들수가없다.

그누구도잠들수없는이해방의산하에 아직도펄펄끓는노동자농민들의붉은피가있어 아직도미제와맞짱뜨는세계유일의동지가있어 민족해방의 이름으로
조국통일의 이름으로
저간악한미제의각을뜨고
저미친(美親) 매판자본의심장에불벼락을안겨주자. 가슴에폭탄한다발씩품고적들의시체를넘고넘어 아직도눈감지못한동지들의원한을갚아주자. 
그리하여 노동자 농민들의 여윈 손들이 마침내혁명의숲을이룰때까지
결코 용서하지도 말고 결코 잊지도 말자.

5
거듭말하노니
한국현대사 앞에서는 우리는 모두 상주이다. 오늘도잠들지않는남도한라산
그 아름다운 제주도의 신혼여행지들은 모두 우리가묵념해야할학살의장소이다. 그곳에뜬별들은여전히눈부시고
그곳에 핀 유채꽃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그별들과꽃들은 
모두칼날을물고잠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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