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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4권 23. 호란하강반에서 있은 일 - 안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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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정 작성일12-03-23 07:03 조회1,9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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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하강반에서 있은 일

안  정  숙


지나온 항일무장투쟁의 발자국을 더듬어볼 때마다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하나가 있어 언제나 마음을 뜨겁게 한다.

그것은 1938년 여름 북만에 있는 호란하에서 14일간 겪은 일이였다.

이 시기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도밑에 그이께서 내놓으신 새로운 전략적방침에 근거하여 항일유격대부대들이 대부대기동작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당시 나는 북만에서 활동한 허형식동지가 지휘하던 부대에 속해있었다. 우리는 이때 동만과 남만 그리고 국경연안의 도처에서 령활한 기동적인 활동을 전개하고계시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친솔하신 부대들과 보조를 맞춰 해륜을 향하여 원정의 길에 오르게 되였었다.

우리 부대는 한곳에 집결하여 행군준비를 했다. 무기와 탄약은 더 말할것도 없거니와 찢어진 군복을 꿰매기도 하고 신발을 수리하는 등 만단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리고 1.000여리나 되는 행군의 길에서 부닥친 갖가지 난관들을 이겨나갈수 있는 마음의 준비들을 서로서로 튼튼히 다졌다. 특히 이런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 문제는 우리와 함께 가는 대원들중에 처음부터 유격대에서 단련된 동무들뿐만아니라 산림대에서 넘어온 단련되지 못한 동무들과 다른 유격부대에 있다가 림시로 원정대에 편입되여온 산림대출신의 동무들이 적지 않게 섞여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였다.

이러한 대오의 인솔책임을 전창철동지가 맏게 되였다. 200여명이나 되는 대오속에 당원은 겨우 4명뿐이였다. 그중에서도 나와 지익훈동무는 녀자였고 또한 다른 부대에서 편입되여온 산림대출신의 정치지도원동무도 있었다.

원정부대는 드디여 밀림과 사득판을 헤치고 길없는 길을 뚫으며 해륜에로 해륜에로 걸음을 다그쳤다.

우리들은 사득판을 만나면 위험을 무릅쓰고 조심조심 고지개대가리를 골라디디면서 통과해야 했다. 그러느라면 그날 행군은 불과 몇리를 가지 못했다.

더우기 엎친대 덮친격으로 불과 며칠 안가서 장마를 만났다. 비를 꼬박 맞아가며 미끄러지는 벼랑길을 겨우 기여내리면 그 앞에는 또 사득판이고 사득판을 지나면 몇백년 묵었는지 모를 아름드리 진대나무통들이 앞을 가로막는것이였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식량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머루잎과 산미나리를 비롯한 산나물로 끼니를 에우면서 고난의 행군을 계속했다.

우리들의 온몸은 퉁퉁 부어났고 정신마저도 흐려져갔다.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리려 하여도 하늘이 노랗게 보이며 땅이 빙빙 돌아갔다.

대원들의 대부분은 불과 몇발자국 못가서 풀썩풀썩 주저앉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근처에 있는 집단부락의 적을 습격하여 식량을 로획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목적지까지 도달할수 있는 량은 못되였다.

이러한 속에서도 우리들은 이리떼처럼 기여드는 원쑤들과 세차례나 가렬한 전투를 하였다. 우리들은 굶주림과 사득판, 가파로운 벼랑길과 가로막는 진대나무와 싸우는 한편 때로는 결사적으로 적들의 포위망을 뚫고나아갔다.

이렇게 우리들은 헤아릴수 없는 고난을 물리치며 약 20일후에야 겨우 해륜가까운 호란하강반에 도착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들의 길은 또 막히고말았다.

그것은 오랜 장마에 대홍수가 나서 도저히 강을 건늘수 없게 되였기때문이다. 건강한 몸이라도 모를터인데 행군에서 지칠대로 지쳤고 굶을대로 굶은 우리들이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깊은 물살을 가르며 건는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였다.

우리는 잠시 토의한 끝에 건강하고 헤염을 잘치는 몇동무를 선발하여 우선 해륜근거지에 련락을 보내여 식량을 가져오도록 하였다. 그 사이에 우리들은 산미나리를 비롯한 산나물로 끼니를 에우며 물이 찌기를 기다렸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났다. 대원들은 점점 죄여드는 굶주림에 움직이기 곤난하게 되였다. 이제는 거의 서서 걸을수 없을 정도로 지쳤다.

그래도 우리 당원들은 이 기진맥진한 대원들을 위하여 푸성귀나마 뜯어다 끼니를 보장해야만 했다. 어떤 대원들은 입을 벌릴 힘조차 없어 삶은 나물마저 씹어먹지 못하게 되였다. 그런데 근거지로 련락간 동무들은 감감 무소식이였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아직 혁명에서 단련되지 못했고 사상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산림대에서 온 대원들이 동요하는 기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평상시에는 부대생활에 꽤 견디여냈으나 일단 난관앞에 부닥치면 실망과 비관에 빠지며 은근히 불평을 부린다는것을 우리가 모르고있은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어디까지나 우리자신이 그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며 꾸준한 해설과 설복으로 그들을 납득시키며 포옹하는 문제가 중요하였다.

그런데 이때에 산림대에서 온 두목놈이 은근히 반역의 흉계를 꾸미며 지금까지 감춰오던 아편 꾸례미를 가만히 펼쳐놓고 일부 산림대에서 온 견실치 못한 대원들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젠장 쏜 총알인지 돌아올줄 모르느냐?》하고 근거지에 련락갔다 돌아오지 않는 동지들을 원망하며 드러내놓고 투덜거리였다.

두목놈은 은근히 그런 대원들을 더욱 부추기는것이였다. 그러나 이때에 두목놈이 어떠한 흉계를 꾸미고있다는 내막을 몰랐던 우리들은 어러움이 더할수록 단련되지 못한 이 사람들을 끝까지 이끌어나가야 하겠다는 일념만으로 붙타고있었다.

호란하에 온지 13일째 되던 날이였다.

내가 기진맥진하여 풀섶에 누워있는데 전창철동지가 나의 곁으로 간신히 기여와서 기운을 내여 열매라도 따오자고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량겨드랑이에 지팽이를 끼고 물이 찌기 시작한 강기슭을 따라 내려갔다.

얼마 안가서 우리는 한그루의 구름나무와 돌배나무를 발견했다. 나는 까맣게 열린 구름나무열매가 눈에 띄자 《저걸 봐요.》하고 웨치면서 무턱대고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올라가지 못하여 심한 현기증이 나서 그만 떨어지고말았다.

한참후에야 정신을 차리고보니 구름나무는 그대로 서있었고 탐스러운 열매는 여전히 온 나무를 덮고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저걸 따야 한다.)

나의 눈앞에는 강변에 쓰러진채 운신 못하는 전우들의 모습이 선히 안겨왔다. 나는 다시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후 전창철동지가 쩔룩거리면서 구름나무밑으로 다가왔다. 그는 돌배를 한아름 뜯어가지고 왔었다. 가시돋힌 나무에서 그것을 뜯느라고 그의 손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여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매가 든 모자를 나의 앞에 불쑥 내밀며 《이걸 보오.》하고 신이 나서 말하였다.

우리는 대원들이 있는 강반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대원들이 있는곳이 가까와질수록 나의 눈앞에는 열매를 받으며 기뻐할 전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가 거의 대원들이 있는 근방에 이르렀을 때다.

《손들엇.》하고 고함치는 소리가 우리의 귀전을 때려였다.

그 순간 나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한없는 기쁨과 뜨거운 마음으로 이고 들고오던 나무열매가 물이 찌기 시작한 강바닥에 흩어졌다.

저주로운 그 반병두목놈이 우리의 가슴에 총울 겨눈채 한걸음한걸음 다가오더니 전창철동지를 포승으로 묶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없이 기여가며 전창철동지를 못죽인다고 고함을 질렀으나 반병놈들은 사정없이 나를 후려갈겼다.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후에 안 일이지만 우리가 열매를 따러간 후 기회만 엿보던 두목놈은 끝내 이런 반역행위를 감행하였던것이다.

그놈은 대원들앞에서 이렇게 선동했다고 한다.

《살아야 항일도 하지 않겠느냐, 그런데 우리가 살 길은 지금 단 한길밖에 없다. 그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리니 우리는 책임자를 없애고 살 길을 찾아 내려가자.》  

아편에 매수되고 마취된 산림대에서 넘어온 일부 대원들은 얼결에 두목놈의 선동에 넘어가고말았다.

반병놈들은 두목의 지시에 의해 조를 짜가지고 지칠대로 지친 산림대에서 온 다른 대원들을 강박하여 무기를 탈취하였고 죽으면 죽었지 이 혁명의 무기만은 못놓겠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치가 떨리는 만행을 감행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동지를 배반하고 반역의 길에 나서겠는가고 하면서 무기를 빼앗긴채 엎디여 흐느끼는 사람에게는 《마음대로 해라.》고 하면서 총가목으로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두목놈의 책동을 완강히 반대하여나섰던 정치지도원도 사태가 이에 이르자 도저히 수습할수가 없었을뿐더러 생명까지 위험하게 되였다.

놈들은 이와 같이 무기를 탈취한 다음 보초까지 섰다.

그리고 두목놈은 나무숲에 숨었다가 갑자기 우리에게로 달려들었던것이다.

나는 꿈속에서처럼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붉고 푸른 장막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자 차츰차츰 모든것이 뚜렷해졌다.

전창철동지는 나무에 묶이운채 피흐르는 머리를 추켜들고 그 무엇으로도 누를수 없는 의분과 신념으로 말하고있었다.

《나는 혁명을 위하여 몸을 바친 사람이다.

우리 공산주의자들이 당신들에게 잘못한 일이 무엇인가. 무엇때문에 당신들은 우리를 배반하려는가. 원쑤를 쳐부시기 위하여 이 땅에서 피흘리며 싸우는 우리가 과연 무슨 리유로 나쁘단말인가. 당신들의 원쑤는 강도 일제다.

당신들이 나갈 길은 어떤 길인가? 우리 공산주의자들이 걷고있는 혁명의 길, 숭리의 길이다.》

불같이 뿜어나오는 그의 말에 힘을 받은 산림대출신의 정치지도원이 분연히 말했다.

《그렇다. 우리가 갈 길은 바로 그 길이다. 그 길에서 우리는 한걸음도 물러설수 없다. 전동무를 죽여서는 안된다.

그가 우리에게 무슨 나쁜 일을 했는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를 죽이려 하는가.》

정치지도원은 이렇게 웨치면서 두목놈이 추켜든 총구앞에 막아섰다. 그러자 두목놈은 어딘가 찔리는데가 있었던지 혼자소리로 무어라고 투덜대면서 들었던 총을 내리였다.

그리고 돌아서자 반병들을 욱다짐으로 몰아세워 가지고 우리의 대오에서 떠나가버렸다.

이것을 보고있던 우리 대원들은 울분을 이기지 못하여 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정치지도원은 그 대오를 따라가면서 묶이운 전창철동지를 한참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속에는 끝까지 혁명가답게 싸우겠다는 굳은 약속과 맹세가 암시되여있었다.

그리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당이 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도중에서 대오를 돌려세우고야말겠다는 비장한 결심이 어려있었다.

우리가 포승줄을 풀어준 후에도 전창철동지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서 의분에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사라져가는 대오를 바라보고있었다. 그 두눈은 우리의 뜨거운 진정을 저버리고 원쑤의 소굴로 투항해 내려가는 반병들에 대한 격분과 아울러 지금은 내려가지만 우리의 진정을 깨닫는 그날에는 반드시 또 우리의 대오로 돌아올것이라는 신념이 끓어번지고있었다.

얼마후 그는 쩔룩거리며 열매가 흩어진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흩어진 돌배와 구름나무열매를 군모와 옷섶, 그리고 밀가루주머니에 주어넣었다. 그리고 한쪽손에 지팽이를 짚고 겨우 대원들이 누워있는데까지 와서 그들에게 열매를 나누어주었다.

전우들은 떨리는 손으로 그 열매를 받아쥔채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였다. 어떤 대원들은 흥분과 감격이 뒤엉킨 목소리로 《고맙소.》 하고 부르짖기도 했다.

어느 사이에 황혼이 비끼였다.

죽음과 싸우는 우리앞에 구원의 사절처럼 허형식동지가 인솔한 훈련반동무들이 도착하였다.

그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를 들은 허형식동지는 한참동안은 말없이 서고만 있었는데 눈에서는 반병두목놈에 대한 증오로 하여 불길이 활활 타는듯 했다. 한참후에야 그는 대원들에게 지시하여 우리들의 식사를 마련하게 하고는 직접 대원 몇명을 데리고 반병들을 추격하러 떠났다.

우리들이 겨우 조금씩 기운을 차렸을무렵에 그는 반병들을 돌려세워가지고 왔다.

반병들은 불안에 싸인 얼굴로 우리들을 대하였고 자기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이 보였다.

허형식동지는 전체 대원들을 모이게 하고 연설했다.

그는 반병주모자인 두묵놈은 즉시 그 자리에서 처단하고 여기 돌아온 이 동무들은 우리와 함께 싸우려고 다시 결심한 동무들이니 용서하여주자고 말하였다.

물론 동지와 혁명을 배반하고 반역의 길에로 나가려고 한 그 자체를 우리는 무한히 증오했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두목놈의 꾀임과 위협에 못이겨 그렇게 된것이며 또한 아직 혁명의 시련속에서 단련되지 못한 관계로 그렇게 된것이니 이후부터 마음만 옳게 먹고 잘 싸운다면 우리와 함께 손을 잡고 나갈수 있는 처지였다.

자기들의 죄과를 용서받은 그들은 마침내 우리의 손을 잡고 자기의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치며 다시금 항일의 대오에서 싸울것을 굳게 맹세했다.

행군은 다시 계속되였다.

우리 원정부대는 며칠후 마침내 목적지인 해륜까지 무사히 도착하였다.

한때 두목놈의 꾀임에 빠졌던 그 대원들은 그 후의 전투마다에서 참으로 훌륭하게 싸웠다. 특히 그 정치지도원은 치렬한 전투에서 용감히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나는 지금도 호란하에서 있은 일을 회상할 때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도밑에 싸워나가는 우리 당원들의 심장이 얼마나 뜨거운것이며 당원이란 얼마나 영예롭고 고귀하며 그 임무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마음속깊이 느끼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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