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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4권 22. 산림부대속에서 - 김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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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정 작성일12-03-21 23:03 조회2,0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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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부대속에서

김  지  명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의 초기에 있어서 반일부대들과의 사업은 커다란 의의를 가지고있었다. 당시 북만의 요하, 호림일대만 보아도 장학량군벌이 붕괴되면서 반일구호를 들고나온 구국군부대들이 있었고 쥔즈인,뚱래와 같은 지방산림부대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반일구호를 내걸고있었으나 본질은 지주자산계급의 리익을 옹호하는 민족주의적군대였고 정치적의식도 매우 락후한 상태에 놓여있었다.

그렇기때문에 이들은 일제가 날조하여 류포시킨 악선전에 기만당하여 우리 유격대를 적대시하는 경향이 농후하였다.

이런 형편에서 반일부대들을 교양설복하며 우리 유격대와의 공동작전에 인입한다는것은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있었으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혁명과업이였다. 그러나 이 과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실지 반일부대에서 공작하던 우리 동무들이 그들의 손에 의하여 희생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려운 난국을 타개하시고 반일부대와의 련합작전을 실현함으로써 우리들에게 산모범을 보여주시였다.

내가 지휘부로부터 과업을 받고 당시 싸인발지방에 주둔하고있던 쥔즈인산림부대에 들어간것은 1934년 초여름이였다.

산림부대에서 몇달동안 공작하는 과정에 나는 쥔즈인의 련락병을 비롯한 6명의 병사들을 반일구국회의 핵심으로 장악할수 있었으며 그들을 통하여 적지 않은 병사대중들에게 영향을 주고있었다. 이리하여 이해 말경에 이르러서는 우리의 세력이 부대내에서 소홀히 다룰수 없는 력량으로 되였었다. 그러나 완고하고 보수적이며 배타적인 그루빠도 역시 부대내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있었다.  그 선두에는 쥔즈인의 결의형제인 셋째, 둘째, 등 상당한 세력을 가진 우두머리들이 서있었다. 쥔즈인은 이 두 세력사이에서 이편 지편을 경계하면서 그 어느 한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동요하고있었다.

두 세력간의 충돌은 불가피하였다. 나는 이에 대처할 만단의 준비를 갖추면서 그 기회를 기다리고있었다. 우리의 젊은 축들은 당장이라도 부대에서 떨어져나와 유격대로 넘어가자고 서두르는것이였으나 나는 될수록 부대를 해체시킴이 없이 쥔즈인을 비롯하여 전체 병사들을 고스란히 이끌어가고싶었었다.

겨울이 닥쳐옴에 따라 월동용 식량문제해결이 초미의 문제로 제기되였다. 부대내 우두머리들은 한자리에 모여앉아 그 방도를 토의하였다. 나는 우두머리의 한사람은 아니였지만 쥔즈인이 내 조언을 바란다고 요구하는대로 회의에 참가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리유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이 부대에 들어온 이후 전투생활에 대한 리해가 깊다는것이 알려지고 대원들속에서 신망이 있었기때문이였다.

쥔즈인이 나에게 전투지휘관을 하라고 권한적도 한두번이 아니였다. 이렇듯 그는 나를 신임하고있었던것이다.

회의에서는 언제나 그런바와 같이 이번에도 셋째의 의견이 압도적이였다.

그는 아무도 감히 자기의 말을 꺾지 못하리라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장황하게 이야기하는것이였다.

그러나 나는 그가 그럴듯하게 늘어놓는 말가운데서 적지 않은 의문을 품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은 첫째로, 그가 선택한 습격지점이 적의 포위에 들수 있는 아주 적당치 못한곳이며 둘째로는 그가 일부러 부닥칠수 있는 위험을 과소평가할뿐만아니라 적이 취할수 있을 위험한 공격을 전혀 무시하고있는 점이였다.

그가 선택한 지점에는 그의 말대로 적군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한가지 점만을 과장하여 강조하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는것이 아니라 그 지점에 이르자면 광활한 벌을 통과해야 하며 큰 하천을 건너야 했다. 그런데 이 하천에서 얼마 멀지 않은 마을에는 일제가 주둔하고있었다. 만약 부대가 하천을 건늘 때 적들이 좌우대안에서 공격해오는 날에는 부대는 완전포위망에 들것이였다. 이 지방에 여러번 나간 셋째가 그 근방에 일본군이 주둔하고있는 사실을 모를리 없었다.

나는 쥔즈인을 바라보았다. 그 지방에 밝지 못한 그는 셋째의 제의에 동의하는듯 머리를 끄덕이며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영낙없이 그의 제의대로 결정될것이였다.

《당신은 일본군이 부대의 퇴로를 막을 경우를 생각해봤소.》하고 나는 앉은 자리에서 그의 말을 꺾었다.

《무슨 일본군말이요?》

그는 나를 흘끔 돌아보며 배앝듯이 반문하는것이였다.

《강북 마을에 주둔하고있는 일본군말이요.》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의 말을 받았다.

《나는 그런 말 못들었소. 설사 군대가 주둔하고있다고 해도 그건 위만군일거요. 위만군 한두소대가 무서워서 식량공작 못할것 없소.》하고 그는 나를 깔보는 어조로 이야기하고 자리에 앉아버리였다.

나는 그의 제기가 가지는 부당성을 이야기하고 보다 안전하고 확신성있는 방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셋째를 비롯한 그의 심복들이 반대하여나섰으며 나의 의견을 비겁하고 우둔한 의견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벌이는것이였다.

공기가 험악해질 징조가 보이자 쥔즈인은 셋째의 의견을 채택하였다.

나는 이 부대가 멸망의 함정으로 빠져들어가는것을 뻔히 보면서 방관시할수는 도저히 없었다. 부대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쥔즈인을 회의끝에 따로 만났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결정된 일을 뒤집어엎을수는 없었다. 또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심중히 처신해야만 했다.

나는 그에게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식량공작을 떠날 때 하천주변에 매복선을 미리 쳐둘것을 제의하였다. 그는 내 말이 빈틈이 없음을 알자 두말없이 동의하면서 셋째에게는 알리지 말라는것이였다. 심술사납고 저만 저라는 셋째가 또 말썽을 부릴가봐 걱정하는것이 분명했다. 주대가 좀 약한 그는 배장이 센 셋째에게 한수 지고있었다. 나는 그것을 알고있는지라 구태여 반대하지 않았다.

아니나다를가 식량공작을 나갔던 부대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부상자도 몇명 있었다.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 일본군들이 미리 잠복하고있다가 산림부대를 일망타진할 작전을 폈던것이였다.

하여튼 몇몇의 부상자만 나고 살아돌아온것만 해도 불행중 다행이였다. 그렇지만 나는 자꾸만 머리를 쳐드는 의혹심을 누를수가 없었다. 일본군들의 행동은 부대의 비밀을 미리 알고 취해진 계획적행동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부대내에 간첩이 있을것이다. 누굴가?) 설마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 작전을 억지로 통과시키려고 덤비던 셋째의 모습이 머리에 떠오르는것이였다.

그러나 내 짐작을 쥔즈인에게 말한다면 그는 믿지 않을것이다. 오히려 내가 셋째를 모해하는것으로 알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일은 더 난처하게 될것이였다. 아직 때를 더 기다려야 하며 구체적증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열여섯째라는 우리 편 젊은이로 하여금 셋째의 뒤를 단단히 살피게 하였다. 열여섯째는 그들의 결의형제의 한사람이였기때문에 셋째의 주변에 늘 붙어있을수 있었던것이다. 한편 쥔즈인의 련락병에게도 그의 동태에 주의를 더 돌릴것을 말해두었다.

나는 그들을 통하여 셋째가 최근에 와서 쥔즈인을 부쩍 추기는 말들을 들을수 있었다.

그는 자주 산림부대들의 활동이 곤난해진것을 걱정하는척 하면서 일본군의 세력을 과장해서 이야기한다는것이였다. 그는 또한 나를 모해할것을 시도하였다. 내가 필경 공산당측의 공작원일것이니 부대에서 추방하든가 형편을 보아 처단해야만 후과가 없을것이라고 귀띔한다는것이였다. 뿐만아니라 그는 대원들속에도 내가 《공산당패》라는 말을 류포시키였다. 이 사건이 있은후 쥔즈인의 모든 거동은 더욱 심중해지고 나에 대한 태도도 퍼그나 달라진것 같았다. 자기의 심복들을 밑기 곤난하게 되고 일본군의 준동을 몸가까이 느끼게 된 그는 자기 부대의 운명을 깊이 생각하지 않을수 없게 된것이다. 그는 자주 나에게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묻기도 하고 앞으로 부대가 나가야 할 길을 의논도 하는것이였다. 그러나 역시 자기의 속심을 털어놓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한편 부대내 공기는 차츰 눈에 뜨이게 험악해졌다. 우리 동무들도 모두 긴장해졌다. 만약의 경우까지도 생각해야만 했다. 량편의 력량대비를 타산한 결과 국면이 유리하게 변동되는 기회를 엿보는수밖에 없었다. 아직 우리의 력량은 미약하였으며 특히 공산주의자라면 덮어놓고 두려워하는 락후한 대원들의 다수가 저편 선동에 넘어갈수있었다.

(서뿔리 덤비지 말자. 능숙하게 국면을 돌려야 한다. 만약의 경우가 닥쳐오더라도 유격대원답게 죽자. 유격대원의 죽음을 이들에게 보여주자. 내가 죽더라도 이미 부대안에 뿌린 씨는 자랄것이며 꽃필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죽음이 삶보다도 더 억셀수도 있다. ) 나는 어느날 이말저말 끝에 어떤 반일구국회원이 일제경찰에 체포되여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 이야기를 쥔즈인에게 한적이 있었다. 그 구국회원은 갖은 고문을 물리치고 자기 조직을 고수했을뿐만아니라 오히려 놈들을 규탄하며 반일투쟁의 정당성을 력설하였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하여 쥔즈인에게 반일사상을 고취할 목적이였던것이다. 그는 내 말을 듣고있다가 문뜩 엄지손가락을 내 눈앞에 내밀고 《그게 남자요, 영웅이란 말이요.》 하며 몹시 찬탄하였다.

《어찌 그만이 영웅이겠소. 일제를 반대하고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죽을수 있소.…》 하고 나는 대답하였다.

《우리 애들은 그렇게 못하오.》

《아니요. 그럴수 있소. 옳게 교양만 주면 진정한 인민의 아들이 될것이요. 이제 내가 말한 그 사람도 평범한 농민의 아들에 불과했소. 우리가 한덩어리로 뭉치여 그처럼 용감하게 싸운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소.》

《평범한 농민의 아들을 누가 그렇게 교양했소.》 하고 그는 한참동안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공산당이 그를 교양했소. 그는 혁명가였소.》 라고 나는 주저없이 그에게 말하였다.

《공산주의자. …》 하고 그는 어떤 충동을 받았는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것이였다. 그리고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나는 그를 마주 쳐다보면서 《공산주의자들은 나라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소.》라고 말하였다.

《그럼 당신은?》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지만 그들이 나라를 위해서 어떻게 죽는가를 알고있을뿐이요.》

아직 자기의 정체를 나타낼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이렇게만 대답해두었다.

《아무튼 영웅이요. 사내란 그렇게 죽어야 하오.》

그는 못내 내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듯 이 말을 입속으로 또 한번 되뇌이는것이였다.

그 다음날 나는 열여섯째와 토의하고 가장 믿음직한 동무를 골라서 셋째의 고향인 밀산지방으로 보내였다. 그의 뒤를 캐내여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서였다. 표면상으로는 집에 갔다오겠다는 허가를 받고 떠났다.

셋째의 정체를 여지없이 폭로해야 쥔즈인에게 커다란 충격을 줄수 있을것이였다. 일본군이 자기 부대에 마수를 뻗치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그는 틀림없이 자기의 벗을 찾게 될것이며 자기의 진정한 벗이 누구인가를 알게 될것이였다.

자정무렵에 부대의 200여명 대원들은 뜨락 한가운데 차려놓은 제사상앞에 정렬하였다. 옛풍습대로 《하느님》에게 한해의 행복과 많은 재물을 빌기 위해서였다. 대원들은 한결같이 동녘을 향하여 세번씩 절을 하고난 뒤에 례법에 따라 화약총을 터쳐야겠는데 그것이 없기때문에 대신 보총들을 하늘에 대고 쏘았다.

총소리가 고요한 밤하늘을 요란히 뒤흔드는 순간이였다. 나는 불현듯 예리한 칼날이 살을 에이는듯한 촉감을 귀전에 느꼈다. 나는 자기도 모르게 얼른 귀가에 손을 올리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셋째가 서있었는데 그는 황급히 싸창을 하늘로 추켜들며 방아쇠를 당기는것이였다.

나는 방한모를 벗어들었다. 바로 귀덮개를 스치고 지나간 탄환자국이 력력했다. 그야말로 종이 한장사이를 두고 탄환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것이였다.

《큰일 날번 했소.》

쥔즈인은 대원들이 오발했다고 욕설을 퍼부으며 내곁으로 다가왔다.

《…》

나는 아무 일 없은듯이 모자를 다시 눌러쓰며 그에게 쓴웃음을 던졌다.

《너무 기분나빠하지 마오. 올해의 재화를 한꺼번에 털어버린셈치구…》

그리고 그는 어색하게 호탕한 얼굴을 꾸미며 껄껄 웃는것이였다. 그도 불쾌한 감정을 억지로 누르고있는것이 분명하였다.

《아직 재화를 채 털지 못한것 같소.》

나도 태연스럽게 이렇게 대답하고 그와 함께 웃었다. 그는 나의 태연한 태도에 몹시 탄복하는것 같았다.

불의의 사건으로 웅성웅성해졌던 대원들도 우리의 아무일 없은듯한 웃음소리를 듣고 다시 잠잠해졌다. 례식은 밤새도록 계속되였다.

원쑤의 앞잡이는 무너지는 자기의 발판을 수습하며 자기 정체를 은페해보려고 소란스러운 환경을 좋은 기회로 나를 살해하려고 한것이였다.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승냥이새끼》는 보다 음흉하고 간악한 방법으로 덤벼들것이였다. 나는 그자가 앞으로 취할수 있는 방법을 이것저것 생각해보았다. 그것을 방비할수 있는 가장 좋은 방도는 그자의 정체를 폭로하는것이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오발이라고 굳게 믿고있는 쥔즈인은 약간의 의혹은 품을는지 몰라도 아직 내 말을 전적으로 믿으려 하지 않을것이였다. 밀산지대로 보낸 대원이 돌아와야만 해결의 열쇠를 잡을수 있었다. 필경 그는 오늘래일중으로 돌아올것이였다. 그가 돌아오기전에 셋째가 새로운 흉책을 꾸미지 않으리라고 누가 단언할수 있으랴. 나는 열여섯째에게 더욱 경각성을 높이라고 일러주었다.

그 이튿날 새벽이였다. 파견했던 대원이 열여섯째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그는 셋째의 고향과 기타 몇몇곳에 들려서 셋째가 부대에 들어온 경로를 자세히 알아보고 돌아왔다. 셋째는 일제헌병대에서 특무노릇을 하다가 이 부대에 들어온 간첩이였다.

나는 그들과 함께 선후책을 토의하고 곧 쥔즈인을 찾아갔다.

아직 잠에 취한채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있던 그는 펄쩍 뛰였다.

《아니요. 그럴리 없소. 당신은 어제일로 해서 그를 오해하고있소.》

《이 탄환자리를 보시오. 나를 면바로 겨누고 쐈소.》 하며 나는 방한모를 그에게 보이였다.

방한모를 받아들고 탄환자리를 살펴보던 그는 얼굴을 찡그리였다.

《그렇지만 그가 일본군의 간첩일수는 없어…》 하고 그는 혼자소리로 중얼거리였다.

《그렇게 믿어지지 않으면 이걸 보시오.》하며 나는 셋째에 대한 자료를 안주머니에서 꺼내였다.

확실한 자료를 받아든 그의 낯색은 달라졌다. 얼굴에는 한줄기 경련이 꿈틀거리고 손은 후들후들 떨리고있었다. 그는 이를 부드득 갈며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그는 마치 나에게 달려들듯이 내 앞으로 한걸음 다가서며 부르짖는것이였다.

《어디서 이런것을 얻어왔소?》

나는 그사이의 경위를 그에게 알려준 다음 단도직입적으로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당신과 당신의 부대는 항일유격대와 함께 일본군과 싸우느냐, 그렇지 않으면 일본군에게 투항 혹은 내부로부터 와해되느냐 하는 두가지 길밖에 없소. 벌써 일본군은 셋째를 통해서 당신의 부대를 헝클고있소.》

《그놈을 내손으로 죽여버리겠소.》

《또 다른 셋째가 나타날것이요. 그렇지 않더라도 일본군이 셋째가 처단된줄 알면 곧 달려들것이요. 당신네 혼자 힘으로는 당해내지 못하오. 벗들과 손을 잡고 공동으로 반일해야 하오. 진정으로 반일하려거든 유격대와 손을 잡아야 한단말이요.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당신들의 진정한 벗이요.》

내 말을 듣고있던 그는 련락병에게 소리쳤다.

《부대를 집합시켜라.》

그리고 나에게로 돌아서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것이였다. 그의 두눈은 번민으로 가득차있었다. 이윽고 그는 자신없이 입을 열었다.

《…대원들이 당신의 말에 대답할것이요.》

련락병이 밖으로 나가기전에 벌써 대원들은 밖에 정렬하고있었다. 열여섯째가 쥔즈인의 이름으로 미리 부대를 집합시켰던것이다.

밖으로 나온 쥔즈인은 대렬앞에서 서성거리는 셋째를 보자 다짜고짜로 그자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이 배은망덕한놈아, 네가 일제의 개지.》

형세를 알아차린 셋째는 한걸음 물러서며 권총을 빼려고 손을 뒤로 가져갔다. 그러자 그의 옆에 붙어있던 열여섯째가 재빨리 그자의 손목을 틀어쥐였다.

《그놈을 죽여라.》는 웨침소리가 대렬속에서 터져나왔다. 그자에게 맹종하던 대원들도 격분에 넘쳐있었다.

쥔즈인은 셋째를 처단하고나서 내게 고개짓을 하였다. 대원들에게 이야기를 할테면 하라는것이였다.

나는 그들에게 애국주의사상을 고취한 다음 반일하며 구국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시는 항일유격대와 손을 잡아야 하며 힘을 합쳐야 함을 력설하였다. 인민들의 지지와 성원속에서 날로 장성하고있는 유격대와 련합함이 없이는 불피코 멸망할수밖에 없다는것을 셋째 사건을 폭로하면서 이야기하였다.

《일제놈들과 그 앞잡이들은 항일유격대를 가장 미워하며 두려워하오. 왜냐하면 유격대야말로 그들의 가장 무서운 적이기때문이요. 일본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항일유격대를 믿으며 손을 잡을것이요.》  하고 나는 이야기를 그치였다.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자! 》

《반일구국의 불길을 높이자! 》

대렬속에서는 한결같은 웨침소리가 올랐다. 나는 그가운데서도 열광적으로 부르짖고있는 우리 젊은 대원들의 목소리를 알아들을수 있었다.

《김형, 대원들이 스스로 자기의 갈길을 택하였소. 내가 더 무엇을 알겠소. 요하로 갑시다.》

내 손을 잡으며 하는 쥔즈인의 말이였다. 깊이 생각한 끝에 자기의 결의를 똑똑히 토로하는 그의 두눈은 호수처럼 맑았고 믿음직하였다. 이미 그의 얼굴에서 번민의 그림자는 찾아볼수 없었다.

나는 말없이 그의 손을 굳게 잡고 흔들었다.

쥔즈인은 그 자리에서 대원들에게 출발준비를 명령하였다.

이리하여 쥔즈인부대 200여명은 새로운 투쟁의 길을 찾아 항일유격대를 찾아떠났다. 그속에는 셋째를 맹종하다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친 둘째도 있었다.

근거지에 도착한 부대의 성원들중에서 열여섯째를 비롯한 30여명은 자진하여 유격대에 입대하였다.

쥔즈인과 그밖의 대원들도 우리 유격대와 공동작전을 진행하다가 그 이듬해인 1936년에는 동북 항일련군 7군에 편입되여 끝까지 혁명에 충실하였다.

이들속에서 공작하면서 나는 사령관동지께서 이끄시는 정의로운 우리의 혁명위업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념을 한시도 잊은적이 없으며 그 신념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 이 신념으로 하여 나는 나에게 맡겨진 힘에 겨운 혁명임무를 완수할수 있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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