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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4권 21. 원쑤는 간악하다 - 전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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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정 작성일12-03-18 15:03 조회1,8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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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쑤는 간악하다
전 순 희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도밑에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싸우던 시기인 1940년 여름 리영호동무가 인솔한 우리 중대성원들은 부대장동지로부터 중요한 련락임무를 받고 벌리현으로 향해 행군하고있었다. 달포나 걸린 이 어려운 행군도상에서 우리는 식량을 구하기 위하여 놈들의 집단부락을 습격한적이 있었다. 일정한 성과를 달성한 우리 중대가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어둠속에서 웬 청년이 불쑥 우리 대렬앞으로 뛰쳐나오며 유격대대장을 찾는것이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자기는 이 부락에서 일제놈들의 갖은 천대와 멸시를 받아가면서 머슴살이를 하던 사람으로 오래동안 유격대를 동경해왔었는데 마침 오늘 이 기회에 유격대에 입대하여 일제놈들을 쳐부시겠으니 받아달라는것이였다. 홰불에 비치운 그 청년의 모습이며 차림새로 보아 그의 말이 틀림없을것 같았다. 우리 유격대에서는 흔히 이런 전투를 통해서 많은 애국청년들을 유격대에 받아들였기때문에 중대장동무는 우선 그에게 짐을 지워서 대렬을 따라오게 하였다.

이튿날 아침 행군대렬은 예정했던 장소에 이르렀다. 나는 짐을 풀어놓기가 바쁘게 인차 작식대성원들과 함께 불을 지핀다 쌀을 인다 하며 돌아가다 처음으로 유격대에 탄원한 그 청년을 자세히 보았다. 그도 우리를 도와나서고있었는데 허우대가 크고 힘꼴도 씀직해보였다. 그는 말없이 부지런을 피우며 나무를 찍어서 그것을 우리에게로 안아오고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여서 그런지 그는 벌써 옷도 몇군데 찢기우고 드러난 허연 팔뚝에서는 피까지 흐르고있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던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말았다.

《원 참 머슴살이 했다는 동무가 일솜씨도 서툴지…》

옆에 있던 동무들도 동감이라는듯 미소를 띠우고있었다.

그러나 처음 입대한 사람들은 흔히 생판 달라진 환경에서 일이 손에 붙지 않을수 있다는것을 나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알고있었다.

(이제 며칠 지나면 인차 모든것이 눈에 익을거야.) 하고 나는 혼자속으로 생각하였다.

우리는 다시 행군을 계속하였다. 출발에 앞서 우리 소대 소대장이 그 청년을 데리고 와서 그가 오늘부터 우리 소대에 있게 되였다는것을 알려주었다. 물론 그가 정식으로 소대원으로 임명된것은 아니기때문에 총도 아직 주지 않았고 배낭도 차례지지 않았다.

청년은 소대의 매 동무에게 겁석 머리를 숙이고는 동무들의 손을 두손으로 맞잡고 흔들군 하였다.

우리의 행군은 고되고 어려웠다. 달포가까이 강행군을 계속한것만큼 군복이며 신발 등은 말할것 없고 동무들의 얼굴에도 지치고 피로한 빛이 떠올랐다. 게다가 앞길은 아직도 멀었다. 한낮의 태양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험한 산길을 온종일 걷느라면 비오듯 흐르는 땀방울이 눈앞을 가리우고 무거운 짐과 총이 어깨를 짓눌러 마치 파고드는것만 같았다. 나도 어깨가 부풀어올랐고 걸음걸이가 자연히 굼떠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새로 입대한 청년은 아직 총도 짐도 없으면서 따라오기만 하는데도 쩔쩔매고있었다. 그러던 그가 한나절 지나서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나에게 다가와서 자기가 짐을 져주겠으니 벗으라고 했다. 나는 별로 힘들지 않다고 하면서 그냥 걸었다. 그러자 청년은 어린 녀동무가 이런데서 퍽 수고를 한다느니 유격대생활이 생각과는 달리 아주 어렵고 힘들다느니 하면서 말을 걸었다. 나는 그말이 대뜸 귀에 거슬려 그를 쏘아보았다.

아무렴 우리 혁명의 길이 힘들지 않고 어렵지 않은 길이겠는가. 그것을 각오못하고 유격대에 들어오자마자 그런 뒤소리를 하려면 애당초 유격대에 왜 탄원했는가.

그 청년이 내가 아직 어린 녀대원이기때문에 얕보고 약한 소리를 함부로 들이대는것 같아 화가 나서 톡톡히 쏴주고싶은 충동을 참을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치미는 감정을 가까스로 참으며 다시 생각했다.

(이 사람은 아직 신입대원이다. 유격대에 처음 들어왔으니만큼 아직 여기 규률과 생활에 익지 못하기때문에 자기 생각을 아무렇게나 터뜨린것이다. 그런만큼 그를 꾸짖기보다는 우선 타일러줘야 할것이 아닌가.)

나는 그 청년과 가지런히 걸으면서 그의 생각이 당치않다는것을 여러 말로 깨우쳐주며 충고하였다. 그러자 청년은 갑자기 능갈치게 나의 말마디에 따라 《…예 그렇지요, 그렇구 말구요. … 잘 알았습니다.》하고는 얼른 내곁에서 물러나 혼자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이런 태도가 더 마음에 거슬렸다.

(저 동무는 단단히 결함이 있는 사람이군. 어떻게 해야 시정시켜줄수 있을가?) 하고 나는 혼자속으로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며칠이 지나는동안 그는 나에게 말도 걸지 않았다. 그의 사람을 쳐다보는 눈까지도 어쩐지 동무들을 믿는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남의 눈치를 살피며 항상 무엇인가를 경계하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그를 깨우쳐주기 위해서 그 청년과 더 가깝게 접근해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였다.

우리는 온종일 행군하던 끝에 어떤 산중에서 숙영을 하게 되였다.

나는 동무들이 모두 누웠을 때 혼자 바늘에 실을 꿰가지고 자는 동무들의 째진 옷들을 기워주기 시작했다. 몇사람의 옷을 기워주고나니 그 청년의 차례가 되였다. 그는 눈을 감고 무슨 생각에 잠겼던 모양인지 내가 옆으로 다가가니 흠칫 놀라며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인차 나를 알아보자 《아, 순희동무였구만요…》하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의 터진 옷자락을 꿰매주겠다고 하자 그는 순순히 내맡기고나서 한참동안 묵묵히 나의 일손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키운듯 이곳이 어디쯤 되며 이곳에서 집단부락이 얼마나 먼가를 나에게 묻는것이였다.

나는 순간 긴장하였다. 그의 물음이 어딘지 무심히 묻는 말같지 않았기때문이였다. 나는 일손을 멈추고 그것은 왜 묻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청년은 몹시 당황해하며 그저 지나가는 말로 물었댔노라고 변명비슷이 말하였다. 나는 더 캐묻지는 않았으나 의아스러운감을 금할수 없었다.

내가 동무들의 옷들을 꿰매주고나니 밤은 훨씬 깊었다.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서 자기의 경기를 정성스레 소제하던 김충렬동무까지 눕고나니 주위는 아주 조용해졌다. 그저 활활 타오르는 우등불에서 생나무 튀는 소리가 이따금 들릴뿐이였다.

나는 자리에 누웠으나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자꾸만 그 청년의 뜻하지 않은 물음이 마음에 걸리고 거슬렸다.

(그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런 질문을 했을가?) 아무래도 단순한 일같지 않았다.

(도주?)

문득 나의 머리를 스친 이 무서운 생각은 나의 온몸에 소름을 끼치게 했다. 혹 그럴수도 있었다. 우리에게는 때로 그런 비겁쟁이가 생겨난 일도 있었다. 그런자들일수록 도주직전에 지명이며 집단부락소재지를 은근히 캐묻군 했던것이다. 나는 그 청년에 대해 부쩍 경각성을 높여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러고보니 여직껏 내가 그에게서 직접 듣고본 모든 일이 심상치않은 일로 떠올랐다. 나는 래일 아침에는 꼭 중대장동무에게 그간의 모든것을 말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생각으로 나의 머리는 자꾸만 복잡해졌고 아무리 잠들려고 애써도 눈은 오히려 또렷해졌다.

밤은 더욱 깊어가고 날씨가 갑자기 무더워지기 시작했다. 비가 한바탕 쏟아지려는지 하늘이 컴컴했다.

문득 웬 그림자가 우등불에 언뜻하더니 나의 얼굴을 살며시 가리웠다. 나는 누가 일어나는가 해서 누운채로 살그머니 그쪽을 건너다보았다. 순간 나의 가슴은 얼어붙는듯하였다. 헝클어진 맨머리 바람으로 반신을 일으킨 그 청년이 주위를 넌지시 살피고있는것이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심상치 않은 행동을 하려한다고 단정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조심히 자는 사람들을 살필수 있겠는가. 나는 급히 자는척 하고 눈을 감았다. 가슴이 방망이질하듯 막 두근거렸다.

(정말 저자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나의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저도 모르게 안고있던 총을 살며시 힘있게 틀어 잡으며 참을수 없는 충동에 다시 눈을 떠봤다. 그는 나에게 등을 돌려 우등불 바로 곁에 누워서 자고있는 김충렬동무에게 눈을 주고있었다.

나는 의심할바없이 저자가 우리의 원쑤이며 일제놈의 개라고 확신하였다. 놈은 도주를 위해서 우리의 경기를 노리고있는것이 분명하였다.

불시에 놈은 땅에 몸을 눕혔다. 누가 잠꼬대를 하는지 중얼중얼하는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던것이다.

나는 온 신경을 바늘끝처럼 도사리고 흥분과 긴장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라도 동무들을 깨울가. 아니 좀더 두고보자. 침착해야 한다.) 나는 자신을 간신히 억제하며 놈이 다시 행동하기까지 참았다.

그놈에 대한 참을수 없는 증오감이 불같은 분노를 자아냈다. 악랄하고 음흉한 원쑤를 여직껏 데리고 다녔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리였다.

각일각 긴장되고도 무시무시한 시간이 흘러갔다. 놈은 누운채 까딱 안했다. 나는 내가 꿈을 꾸고있는것이나 아닌가 하고 의심까지 했다.

그러나 그놈은 다시 독사가 징그러운 대가리를 추켜들듯 일어나 앉았다. 놈의 눈은 야수처럼 번쩍이며 또다시 자는 동무들의 동정을 살피고있었다.

놈은 이윽고 일어나서 경기있는 쪽으로 고양이같이 발자국소리를 죽여가며 다가왔다. 한걸음, 두걸음… 이제 놈이 손만 펼치면 경기를 잡는다 할 찰나에 나는 총을 들고 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서며 소리쳤다.

《꼼짝 말라.》

놈은 그 자리에 벌렁 나자빠졌다.

《뭐요.》

《왜 그러우.》하며 동무들이 일제히 용수철처럼 뛰쳐 일어났다. 충렬동무도 경기를 다가잡으며 솟구쳐 일어났다.

《간첩이요. 저놈을 잡으시오.》

나는 이렇게 소리쳤다.

놈은 모든것이 파탄되였다고 생각했는지 엎어진채 더는 일어나려고도 안했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자에 대해서는 소대의 많은 동무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경각성을 높여 감시해오고있었다.

얼마후 놈은 심문과정에 자기가 일제의 간첩이며 유격대에 잠입하여 암해공작을 하려했으나 주위의 시선이 하도 드세여 도저히 배겨있을수 없다는것을 알자 최후수단으로 경기를 탈취하여 우리 동무들을 살해한 다음 도주하려 했다는것을 고백했다.

나는 온몸이 떨리고 이가 갈리였다. 총으로 쏴눕히고 싶은것을 겨우 참았다. 우리들은 즉석에서 처단할것을 한결같이 제기했다.

간악한 일제놈들은 날로 장성해가는 조선인민혁명군 대렬을 자기들의 이른바 《토벌》로써는 도저히 건드릴수 없다는것을 알자 음흉하게도 이처럼 밀정을 잠입시킴으로써 유격대의 《소멸》을 꾀하였던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그 기도 역시 항상 경각성이 높은 우리 유격대원들에 의해서 산산이 부서지고말았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도를 받는 우리 항일유격대원들에게 있어서 높은 혁명적경각성은 생활의 습성으로 되여있었다.

백명의 적보다도 대내에 잠입한 한명의 적이 더 위험하다. 오늘 조선이 미제에 의해 분렬되여있는 조건하에서 적들은 갖은 방법과 수단을 다하여 우리 대렬내에 간첩을 박아넣음으로써 우리의 전취물을 빼앗으려고 발악하고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높은 혁명적경각성을 가지고 놈들의 음흉한 준동을 제때에 적발 분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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