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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4권 2. 누룩에 담긴 이야기 - 한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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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정 작성일12-02-12 01:02 조회2,4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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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에 담긴 이야기

한 익 수                      


1937년 3월초순이였다.

압록강연안에 진출하여 적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던 우리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는 국경지대를 떠나 룡강산줄기의 수림속을 행군하고있었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앞으로 진행할 조국진군을 예견하시고 국경지대에 집결된 적들의 력량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당시 무송방면에서 활동하고있던 부대들을 만나시기 위하여 우리 부대를 친솔하시고 이동하시는중이였다.

우리 부대가 만강부근에 도착하자 식량이 떨어졌다. 우리는 이곳에서 감자 몇섬을 구해가지고 다시 행군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부대인원이 많다보니 그것으로는 며칠을 견디기 어려웠다. 더구나 인가도 없는 무인지경이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부대가 룡강산줄기에 접어들무렵에는 비상용으로 남겨두었던 약간의 미시가루마저 떨어지고말았다. 목적지인 양목정자까지는 앞으로 며칠 더 행군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들은 벌써 며칠째 굶으면서 눈쌓인 산림속을 행군하고있었다.

그날도 허기증과 행군에 지친 몸으로 세찬 바람을 안고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산발을 헤쳐가자니 우리들은 반나절이 되였건만 겨우 몇리길밖에 걷지를 못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이런 정형을 살피시고 점심때가 좀 지나 양지쪽 산중턱에 있는 넓은 공지에 이르자 우리들에게 휴식할것을 명령하시였다.

아름드리나무들을 잘라내고 인삼을 재배하던 이 묵밭이 된 공지옆에는 커다란 귀틀집 몇채가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종전에 우리들은 산림속에서 가끔 이런 인삼밭을 만나 식량을 해결하군 하였다. 약재상들이 경영하는 이런 인삼포전에서는 수백명의 로동자들이 일하였으므로 식량은 언제나 저장되여있었던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벌써 2년전의 일이다. 1년전부터 적들은 이런 산림속에서까지 인삼을 재배하지 못하게 엄금하였다. 그런 관계로 우리가 들린 귀틀집들은 텅 비여있었다.

휴식할 집들이 정해지자 우리 경위분대동무들은 뜨락에 쌓여있는 장작을 부엌으로 날라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때 전령병이 나와서 사령관동지께서 부르신다고 하기에 나는 곧 사령부로 들어갔다.

그이께서는 나에게 련대들에 내려가 식량사정을 알아오라는 임무를 주시였다.

신호병으로서 사령관동지의 뜨거운 사랑에 늘 접해온 나는 대원들을 아끼고 위하시는 그이의 뜻을 짐작할수 있었다.

사령부를 나온 나는 맨처음 7련대가 자리잡고있는 귀틀집에 들렸다. 나는 련대장동지를 만나 그저 식량이 있는가를 물어보았다.

7련대장은 《없소, 그것은 왜 묻소.》라고 불쑥 대답해놓고는 잠시 그 무엇인가 생각하고있었다.

어째서 묻는지 아직 짐작되지 않는듯 련대장의 얼굴에는 의문의 빛이 떠돌고있었다.

나는 더 오래 끌 일도 아니기에 사령관동지께서 식량사정을 물으러 보내시더라는것을 그한테 솔직히 이야기하였다.

그는 나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펄쩍 뛰며 《그런걸 왜 진작 말하지 않았소? 그럼 없다고 말씀드려서는 안되겠소. 돌아가거든 한두끼 먹을것이 있다고 보고하오. 꼭 내 말대로 보고해야 하오.》라고 나에게 재삼 당부하는것이였다. 될수 있는한 사령관동지의 심려를 덜어드리려는 7련대장의 이 말을 들은 나는 그의 깊은 심정에 감동되지 않을수 없었다.

다음번에 나는 8련대를 찾아갔다. 거기서도 대답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돌아오자 나는 사령관동지께 련대장들이 당부하던대로 보고를 했다.

군용지도를 보시다가 보고를 받으신 사령관동지께서는 나를 바라보시더니 《우리도 식량이 떨어졌는데 거기라고 있을리 없지, 무엇이 있겠소. 그건 아마 련대장들이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일거요. 아직 한 사흘동안 더 행군해야겠는데 어떻게 할가?》라고 하시고는 생각에 잠기시는것이였다.

이윽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이곳 사람들은 아무리 집을 비우고 가더라도 얼마간의 식량은 남겨두고 떠나는 법이니 경위대원 두 동무를 데리고 집주변을 돌아보라고 하시였다.

나는 경위대원 두 동무와 함께 귀틀집들의 안팎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끝내 식량을 파묻은듯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우리들은 다시 묵밭이 된 공지를 헤매며 눈무지를 헤치기도 하고 부근 산림속의 아름드리 잣나무옆이며 진대나무밑을 뚜져보기도 하였지만 이렇다할 소득이 없었다.

우리들은 하는수없이 사령부가 자리잡고있는 귀틀집으로 돌아오게 되였다.

뜨락에 들어선 나는 사령관동지께 빈손으로 들어가 보고할것을 생각하니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는수없이 한가닥의 희망을 가지고 사령부가 자리잡고있는 귀틀집을 뒤져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경위대원동무들과 함께 부엌바닥을 뚜져보았으나 역시 허사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목마를 타고 천장으로 올라갔다. 어둠침침한 한구석에는 헌 마대뭉치가 있었다. 나는 얼른 마대뭉치를 헤쳤다. 그러자 거기서는 뜻하지 않던 누룩 네덩이가 나타났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별반 식량이 될것 같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거나마 얻게 된것도 다행이였다. 그 누룩덩이를 가지고 사령부로 들어가니 사령관동지께서는 책을 읽고계시는중이였다.

아무리 찾아도 식량은 없고 있다는것은 단지 이 누룩뿐이라고 보고하자 사령관동지께서는 《…모두들 수고했소. …그것두 낟알로 만든것인데 왜 식량이 안되겠소. 어서 련대들에 나누어 내려보내도록 하오.》라고 하시였다.

경위대원과 나는 누룩을 두덩이씩 나눠가지고 떠났다. 7련대로 내려간 나는 련대장앞에 누룩덩이를 내놓으며 사령관동지께서 보내시더라는 말을 하였다.

련대장은 나를 쳐다보더니 《모두 몇덩이나 있었기에 우리한테 이렇게 두덩이씩이나 가져왔소?》라고 물었다.

그는 벌써 사령관동지께서 련대들에만 내려보내시고 사령부에는 아무것도 남기시지 않았으리라는것을 짐작한 모양이였다. 그래서 나는 부득불 사실대로 말할수밖에 없었다. 나는 얻은 누룩 네덩이중에서 련대들에 두덩이씩 가져오고 사령부몫은 남기지 못하였다고 말하였다.

그랬더니 련대장은 칼로 누룩을 절반 잘라내여 사령관동지께 대접하라고 하면서 나에게 반덩이를 도로 내여주는것이였다.

가슴에 누룩을 안은 나는 사령부를 향해 발걸음을 다그쳤다.

사령부에 도착한 나는 7련대장이 일러주던대로 누룩을 칼로 얇게 저미여낸 다음 그것을 불에다 구워가지고 사령관동지께서 계시는 방으로 들어갔다.

누룩을 도로 가져오게 된 사연을 들으신 사령관동지께서는 《알만하오. 그러면 기관총대동무들에게 보내오.》라고 말씀하시였다.

이것은 언제나 무거운 기관총을 메고 행군하는 그 동무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깃든 말씀이였다.

그러나 벌써 며칠씩이나 변변히 식사를 못하신 그이의 신변이 걱정되여 나는 《사령관동지께서도 좀 잡수셔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말씀드렸다.

《난 아직 괜찮소. 어서 기관총대에 갖다주시오. 그리고 경위분대는 모두 이리로 들어오게 하오.》라고 하시며 사령관동지께서는 미소를 띠우시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어찌다 특별한 음식이라도 생기면 반드시 경위분대동무들에게 조금씩이라도 골고루 나눠주시고나서야 자신도 드시였다. 그이의 이러한 심정을 잘 아는것만큼 나는 더 말씀드릴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뜨거운 사연이 깃든 이 누룩은 기관총대동무들에게로 돌아가게 되였다.

날은 어느덧 어둑어둑해졌다.

부엌에서는 경위분대동무들이 소금을 두고 끓인 물을 주전자에 부어넣고있었다.

우리들은 그이께서 계시는 방으로 들어가 온돌에 빙 둘러앉았다. 초불을 켜자 나는 주전자를 기울여 우선 사령관동지의 차잔에다 더운물을 부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차잔마다 물을 다 부을 때까지 기다리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이 물을 보니 안도에 있을 때 추운 방에서 밤늦게 책을 읽던 나에게 어머님이 더운물을 끓여주시던 일이 생각나오. 나는 그때 어머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며 그 물을 마시고 더 열심히 공부하였소. 어머님들은 이와 같이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시는것이요. 그러니 이 물은 소금물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들의 어머님이 끓여주신 그런 물로 생각하고 마신다면 매우 달것이요. 자, 그러면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하여 모두다 함께 마십시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듣는 순간 우리들의 가슴은 뭉클해졌다. 난관앞에 부닥칠 때마다 들려주시는 그이의 이러한 말씀은 실로 우리들에게 백배천배의 용기를 샘솟게 하는 혁명의 고귀한 량식으로 되였었다.

우리는 바로 사령관동지의 말씀에서 우리를 혁명적락관주의정신으로 키워주시는 따뜻한 어버이심정을 느꼈다.

또한 이 말씀은 우리들로 하여금 그 어떤 난관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철의 의지를 가지게끔 하는 량식으로, 등대로 되였다.

우리는 그후 용기백배하여 목적지인 양목정자로 행군해갔으며 언제나 열망하여마지 않던 조국진군의 길에 오르게 되였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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