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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3권 16. 잊을수 없는 로인에 대한 회상 - 리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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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정 작성일12-01-26 11:01 조회2,8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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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수 없는 로인에 대한 회상

리오송  
          

1936년 초여름(내가 10살나던 해였다.) 우리 아동단일행은 새 밀영지를 향해 내도산근거지에서 떠났다. 우리 일행은 20여명의 아동단원과 우리를 지도하는 몇명의 유격대원(주로 녀자대원)들 그리고 인솔자 로인까지 합하여 30명가량 되였다.

이 로인은 지방공작원으로서 이 지방지형을 잘 알기때문에 이번 우리 일행의 인솔책임을 졌던것이다.

우리 일행은 로인의 안내로 마안산을 지나 마혜산골짜기로 들어갔다. 골안으로 한참 들어가니 귀틀집 한채가 나타났다.

이곳까지 이르는동안 우리는 수다한 난관을 겪었다. 며칠씩 계속되는 행군으로하여 많은 아동단원들이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절뚝거렸으며 가파로운 산발을 톺아올라갈 때면 힘이 모자라 나무아지를 휘여잡고 헐떡거리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로인은 앞뒤로 왔다갔다하며 걷지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었고 때로는 친자식처럼 등에 업고걸었다.

나는 그때 10살이였는데 어느한 가파로운 산길을 오르다가 그만 힘이 진하여 땅바닥에 주저앉고말았었다. 그러나 어느사이엔지 로인이 나를 안아일으켜 땀투성이가 된 자기의 등에 업고 령을 오르면서 숨가쁜 소리로 말하였다.

《오송아! 이런 고생을 고생으로 알지 말아라. 이 길이 왜놈들때문에 돌아간 네 아버지와 어머니의 원쑤를 갚는 길이라는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마음을 굳게 먹고 견디여나가야 한다.

너희들에겐 친부모보다 더 귀중한 조국이 있다. 김일성장군님의 령도를 받들고 그 조국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어린 나였으나 로인의 이 말에 온몸이 뜨거워지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우리 일행은 귀틀집에서 쉬여가기로 했다.

그 집에는 중년부인이 대여섯살 먹었을 어린 딸을 데리고있었다.

주인어머니는 우리 일행을 반가이 맞이해주며 방안으로 들어오라고 권했다. 우리들은 주인어머니가 권하는대로 방안에도 들어가고 더러는 토방과 마당에 있는 나무등걸에도 걸터앉았다.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뚫어진 뒤문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집뒤 밭에는 양삼이 무성했는데 그속에 누런것들이 엎드려있었다.

적《토벌대》였다. 놈들은 우리 일행을 잡으려고 매복했던것이다.

나는 《적이다.》하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로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앞마당과 잇달린 밀림을 가리키며 우리더러 재빨리 뛰쳐나가 숨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문가에 서서 우리 아동단원들이 빨리 밖으로 나가도록 도와주었다. 이때 나는 뒤문곁에 있었기때문에 맨 나중에야 마당으로 뛰쳐나가게 되였다. 내가 문턱을 넘어서려는 순간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바른쪽 정갱이에 심한 타격을 느끼며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려던 나는 또 그 자리에 쓰러졌다. 정갱이에 관통상을 입었던것이다.

위급한 순간이였다. 나는 엉겁결에 배밀이로 마당으로 기여나갔다. 좀 기여가느라니 앞에 서너아름이나될 개암나무가 가로누워있었다. 나는 그 개암나무를 기여넘었다. 개암나무너머에는 변소자리인듯한 조그마한 구뎅이가 있었다. 나는 그 구뎅이에 들어가 엎드렸다.

총소리는 로인이 뛰여간 방향에서 났다. 이윽고 총소리가 멎더니 《토벌대》놈들이 집으로 몰려오는듯 지껄이는 소리가 가까이로 들려왔다. 나는 귀를 도사리고 놈들의 동정을 살폈다.

《토벌대》놈들이 집안팎을 뒤지는 모양으로 거칠게 여닫는 문소리와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개암나무너머로 살며시 집쪽을 살펴보았다. 놈들은 집안과 집뒤로 몰려간듯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배밀이해온 자리에 줄을 친듯 피가 흘러있었다.

(필경 놈들이 피자국을 따라와 나를 발견해낼텐데.)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나는 피자국에 흙을 쥐여뿌리기 시작했다. 놈들의 동정을 살피며 계속 흙을 쥐여뿌렸다.

피자국은 얼핏 보기엔 없어진듯 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아직 좀 남아있었다. 놈들이 앞마당으로 나오는것같은 기색이 있어 나는 얼른 몸을 움츠렸다. 다리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 바지가랭이가 질퍽하니 피에 젖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 대충 비끄러매고 도로 구뎅이속에 엎드렸다.

가만히 들으려니 방안에서 《토벌대》놈들이 욱박지르는 사나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안에 있는 어린애를 위협하는 모양인지 어린애가 앙앙 울며 어머니를 목이 터지게 찾았다. 나는 그 어린애가 몹시 애처롭게 생각되여 괴로왔다.

(저놈들은 사람이 아니야! 어린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나는 속으로 이렇게 웅얼거렸다. 그리고 늙은이와 어린애들을 집안에 가두고 집에 불을 지르던 놈들의 만행을 여러번 보아온 나는 놈들이 또 무슨짓을 하리라는것이 짐작되자 몸서리가 쳤고 이가 갈렸다.

이윽고 문여닫는 소리가 나더니 마당으로 나오는 군화소리가 들렸다. 잠시후 《피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내가 흘린 피자국이 그놈의 눈에 뜨인것이라고 생각되자 오금이 저렸고 눈앞이 아찔해졌다.

저벅저벅 군화소리가 나더니 《흥, 요놈도 도망쳤구나.》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떠들썩하며 집뒤로 돌아가는 군화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건만 저으기 마음이 놓였다. 이때 집안에서는 몽둥이로 사람을 패는듯한 《퍽! 퍽!》소리와 함께 놈들의 악다구니소리가 들려왔다.

《공산당새끼들을 어디로 빼돌리고 너 혼자 그리로 도망쳤어? 앙!》

《이 늙은것아, 아직두 안댈테야!》

《에익 죽어봐라!》

이렇게 을러대는 소리와 함께 《퍽! 퍽!》하는 소리가 연거퍼 들려왔다.

나는 로인이 붙들렸다는것을 알았다. 동시에 그는 우리 아동단원들을 무사히 빠져나가게 하기 위해 자기 혼자 적들을 딴데로 유인하다가 붙들렸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우리들을 친자식보다 더 사랑해주던 로인의 주름잡힌 얼굴이 떠오르자 뜨거운것이 목구멍으로 치밀어올라왔다. 그리고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퍽! 퍽!》하는 소리가 한결 잦아지고 돼지멱따는듯한 놈들의 목소리만이 더욱 악착스럽게 들려올뿐 로인의 목소리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내 눈앞에는 우리 아동단원들이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조용히 앉아 놈들의 악형을 말없이 받고있는 로인의 의젓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뒤이어 지난 설명절날 일이 눈앞에 어리였다. 그때 로인은 손수 피나무껍질로 20여컬레의 신을 삼아 우리 아동단원들에게 일제히 신겼다.

모두 제신을 신고 기뻐 뛰노는 우리들을 보고 같이 기뻐 웃는 로인의 주름잡힌 얼굴에는 두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발에 꼭 맞는 새신을 받아신으면서 우리 아버지생각을 한 나는 눈물을 흘리는 로인의 심정을 알수가 있었다. 아버지생각이 더욱 간절해진 나는 로인한테로 달려가 《아바이!》하고 그의 품에 안겼다. 로인은 나를 꼭 껴안으며 《그 초신이 그리두 좋으냐? 허허 이제 김일성장군님께로 가면 맵시있는 운동화들을 주실게다. 그리구 너희들이 가죽구두를 마음대로 신게 될 날이 반드시 올게다.》하며 내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던 로인이 지금 원쑤놈들한테 모진 고문을 당하고있지 않는가.)

나는 조금전까지 놈들에게 붙들릴가봐 떨리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참을수 없는 분노에 치가 떨렸고 《아바이!》하고 부르며 당장 달려나가고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으려니 진땀이 온몸에 내돋았다.

(어떻게 아바이를 구해낼순 없을가? 총이 있으면…)

허나 나에게는 총도 없었다.

유격대아저씨들이 어디서 불쑥 나타나서 놈들을 몰살시키고 로인을 구해냈으면 하는 생각도 났다. 허나 유격대아저씨들은 어제 우리와 헤여져 어디론가 적들을 치러 떠났다.

《퍽! 퍽!》사람패는 소리와 놈들의 악을 쓰는 소리가 퍼그나 오래동안 들려온후에 로인의 긴 신음소리가 비로소 들려왔다. 그 신음소리는 나의 가슴을 후벼내는듯 아프게 들려왔다.

로인의 신음소리는 더는 들려오지 않았고 놈들의 떡떡거리는 소리도 멎었다.

조금후 방안에서 금시 숨이 넘어가는듯한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짐승같은 놈들이 어린애를 죽이는것이 아닌가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끼쳐지고 분한 생각에 가슴이 미여지는듯 했다.

《토벌대》놈들이 떠날 차비를 하는 모양으로 왁자지껄 떠들며 앞마당으로 몰려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타는듯 안타깝고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놈들의 발자국소리가 멀어져갔다. 나는 구뎅이속에서 몸을 일으켜 살펴보았다. 집에 불이 붙었다. 로인과 어린애가 저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주저할새가 없었다. 나는 구뎅이에서 뛰쳐나와 부상당한 다리의 아픔도 잊고 절뚝거리며 집으로 달려들어갔다.

영납새와 문에 불이 달렸다. 나는 부엌문을 열어젖혔다. 불길이 내몸을 덮치듯 확 휩쌌다.

나는 불길을 무릅쓰고 부엌안으로 들어섰다. 어디선가 어린애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귀를 강구고 신음소리가 나는곳을 찾아보았다. 신음소리는 연기속에 휩싸인 닭장에서 났다. 나는 그리로 달려가 닭장에 손을 쑥 들여밀었다. 뭉클하는것이 있었다. 그것은 어린애의 몸이였다.

나는 어린애를 끄집어내여 둘쳐업고 뛰여나오다가 문턱에서 쓰러졌다. 지독한 연기에 질식되기도 했지만 부상당한 다리에 맥이 빠져서였다.

나는 내몸을 몹시 흔드는 감촉에 정신을 차렸다. 눈을 떠보니 나는 개암나무옆에 누워있었다. 주도일동무와 녀자대원 한동무가 다급히 나를 흔들며 《오송아!》 《오송아!》하고 내 이름을 부르고있었다.

나는 상반신을 일으키며 《아바이가 저 불속에 있을거야요. 아바이를 끌어내오자요.》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정신을 차린것이 기쁜듯 후 하고 긴숨을 몰아쉬며 웃어보일뿐 내 말을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안타까와 《빨리빨리 끌어내자요.》했는데 그들은 나와 내가 업어내오던 어린애를 둘쳐업고 숲속오솔길로 들어갔다. 나는 자꾸 뒤를 돌아다보며 《아바이를 구해내자요!》하고 애타게 소리쳤다. 그들은 아무 대답도 없이 나와 어린애를 업고 그냥 밀림속으로 들어갔다.

얼마를 들어가 우묵진곳에 이르러 나를 내려놓았다. 거기에는 우리 일행이 모여있었다.

로인과 집주인어머니의 시체가 가지런히 누워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로인의 시체를 보자 내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나를 업고온 대원은 로인이 원쑤놈들의 날창을 잔등에 받으면서도 입을 다물고 끝내 비밀을 지켜냈다고 하며 눈물을 씻었다. 모두 눈물을 씻었다. 나는 그의 시체앞에 머리를 숙였다.

아바이가 우리들의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바쳤다고 생각할수록 가슴은 터질듯 뜨거운것으로 꽉 차고 거침없이 눈물이 흘렀다.

(우리를 친자식처럼 귀여워해주고 우리들의 생명을 구해준 아바이의 원쑤를 백배천배로 갚으리라.

동지들의 안전을 위해 자기 한목숨을 서슴없이 바친 아바이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본받으리라.)

나는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맹세를 다지고 또 다졌다.

로인의 희생은 나의 어린 가슴에 혁명을 위하여 나의 목숨이 요구될 때는 언제나 서슴없이 바치리라는 굳은 결심이 깊이 뿌리박게 하였다. 그리고 그후 잊을수 없는 로인의 희생을 생각할 때마다 내가슴속에는 원쑤들에 대한 복수의 불길이 더한층 거세게 일어나군 하였다.

로인은 오직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혁명을 위하여 자기의 목숨을 서슴없이 바친 훌륭한 혁명투사였다.

나는 일제의 침략으로 말미암아 우리 나라가 가장 암담하던 시기에 2천만 조선인민의 선두에서 혁명의 홰불을 높이드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도밑에 모든 곤난을 박차고 일제와 싸운 로인과 같은 이 나라의 수많은 영웅들이 있음으로하여 오늘과 같은 영광과 행복을 누리고있다는것을 가슴깊이 느끼며 당과 수령께 무한히 충직할 결의를 굳게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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