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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민족언론상 수상자 기념강연: 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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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 작성일04-05-11 00:00 조회6,1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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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민족언론상 단체상을 수상한 한국의 강진욱 기자(연합뉴스 민족뉴스국)는 2004년 5월9일 로스엔젤레스에서 민족통신 주최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에 대한 답사로 <6.15시대 언론의 역할과 나의 언론관>에 대해 강연했다. 그 내용을 전재한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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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시대 언론의 역할과 나의 언론관


강진욱(연합뉴스 민족뉴스부 차장대우)


[1]


(여기서 언론 또는 언론인은 신문과 방송 통신 등 보도매체 즉 미디어 또는 미디어 종사자들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며 말(언.言)과 글(론.論)로서 자신의 주의 주장을 펴는 모든 활동과 그런 일을 하는 기자나 논객과 교수, 연구원 등등을 포함합니다.<필자 주>)

mt-kangjinwook.jpg"6.15시대의 언론" 또는 "언론관"을 논하기 앞서 "언론"이 무엇이고 "6.15시대"란 어떤 시대인지를 논해야 할 것입니다. 언론은 신문과 방송 통신 등 매체(미디어)들의 보도 활동을 포함해 말(언.言)과 글(론.論)로서 사회 현상을 논하면서 자신의 주의 주장을 펴는 모든 활동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언론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새 시대를 열어 가는 창(窓)이라 하겠습니다.

"6.15시대"란 어떤 시대입니까? 6.15시대란 외세에 의한 질곡과 왜곡의 민족사가 바로 서는 시대일 것입니다. 외세에 의한 분단과 전쟁, 외세가 부추기는 갈등과 대결의 시대를 마감하고 외세로부터의 간섭과 이간을 극복함으로써 분열된 민족이 다시 합쳐지는 통합과 통일의 시대라 할 것입니다.

또한 6.15시대는 인류가 외세에 의한 억압과 전쟁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구원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외세에 의한 남북분단과 전쟁은 인류 전체를 지배하려는 미제가 인류에게 안겨주는 비극의 시작이었고 이 비극의 시대를 마감하는 새 시대가 바로 6.15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이 외세에 굴복해 동포 형제간 갈등과 대립을 지속한다면 우리는 분단의 늪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고 세계 인류의 질곡은 점점 심해질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 민족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과 통합의 시대를 열어 가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억제할 뿐 아니라 세계 인류가 저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은 바로 이 새 시대를 여는 창조와 구원의 선언이었습니다. 이런 시대의 언론은 마땅히 우리 민족과 인류가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도록 올바른 시대정신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각종의 미디어 종사자들과 내로라 논객, 교수, 연구원 등이 할 일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mt-kang.jpg그러나 오늘날의 신문과 방송, 통신 등 세칭 "언론"이라 부르는 영역은 사실상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기보다는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 즉, 구체제를 고수하는데 그 존재 의의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서 구체제란 우리 민족에게는 자본과 군사력에 의한 대남 지배와 대북적대정책으로 나타나며 세계 인류에게는 종족 분열과 종교 갈등, 그리고 자본의 지배와 전쟁 및 국가전복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6.15시대의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보전하려는 남북분단관리 체제의 실상과 세계 지배를 노린 저들의 흉계를 간파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이후 봇물 터지듯 늘어나던 남북간 교류협력이 시도 때도 없이 지장을 받고 있고 6.15남북공동선언의 주역들이 모두 실정법 위반으로 징역을 살거나 죽음을 맞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냉철히 따져야 합니다. 핵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의 초석이 다져질 만 하면 미국에 의한 핵 소동이 반복되는지를 고민해보고 그 원인을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또 이런 북 핵 시비가 시작될 때면 언제나 미국이 "새 세기 새 세계질서"(new era new world order) 운운하며 중동전쟁을 획책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통찰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고민과 통찰력을 갖지 못한 채 핵 위기가 어떠니 동북아의 평화가 어떠니 떠드는 것은 천박한 지식으로 대중을 속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천박한 지식으로 세상을 속이는 일이 바로 미 제국주의자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미국의 세기를 구축하려는 흉계에 복무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보도매체 또는 언론의 영역에 종사하는 이들이 미국이 퍼뜨리는 "우라늄 농축 핵 개발"설이나 "북 핵 개발 시인" 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북한, 제네바합의 위반"을 따라 외친 것이나 이라크 침략을 "독재자를 제거하고 이라크 주민들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으로 용인한 것은 스스로 미국의 앵무새임을 자처한 것이었습니다. 우라늄 농축 개발설이나 북 핵 개발 시인설은 미국의 일방적 주장이었고 자유와 민주주주의를 앞세운 이라크 침략은 도적질과 강도질에 지나지 않았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언론"은 미국의 일방적인 핵 시비로 시작된 한반도 위기와 6자회담의 진면목을 바로 보고 더 이상 미국이 선창하는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선전해대는 잘못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또한 진정한 6.15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이 세계 대중을 이끌고 새로운 문명을 창조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유라시아대륙 한 귀퉁이를 차지한 약소국이라는 자괴감을 버리고 세계 문명을 선도할 저력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mt-kangjinwook-3.jpg저는 1993년 6.11 조-미 공동성명과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과 10.12 조-미 공동코뮈니케로 이어진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그 누구도 뒤엎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시행정부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우리 민족이 이뤄놓은 이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 믿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새 문명의 문이 열리는 것을 막으려는 야만의 저항은 인류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6.15 시대"를 여는 작업은 대단히 험난해졌습니다.

미국 지상주의 또는 미국 근본주의를 부르짖는 핵심 극단주의 세력이 군사력을 앞세워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을 일삼으면서 이를 "새로운 세기 새로운 세계질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 근본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새 세기 새 질서"론은 바로 6.15시대가 지향하는 자주와 통일, 해방과 자유, 민주주의와 공동체적 질서의 창조와 정반대의 논리로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욕이 실현되고 세계 모든 나라들이 저들의 발아래 놓이는 질서를 말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이라크를 침략한데 이어 중동의 이슬람국가들을 미국식 시장경제질서로 재편하기 위해 테러 및 폭력 사태를 조장하는 것은 바로 미국, 아니 소수 군산복합체를 중심으로 한 저들 핵심 세력이 선량한 미국 시민사회를 속이면서 자신들 세계지배 야욕을 채우기 위한 것입니다.

저들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본격적으로 주창하기 시작한 것은 구 소련이 해체된 이후 이슬람권과 유교권을 양대 적으로 하는 소위 "문명충돌론"을 조작해낼 때부터였습니다. 1997년부터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라는 단체를 조직하며 이민족 멸살과 세계 지배를 향한 행동을 구체화했고 부시행정부를 출범시키면서 가공할 군사력을 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6.15시대가 막 열릴 시점에 저들은 이 시대로 가는 문을 막아서며 전 세계를 상대로 가공할 음모를 꾸민 것입니다.

부시행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북 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는 제네바합의(1994.10.21)에서 북-미 공동코뮈니케(2000.10.12)에 이르는 일련의 북-미 평화 프로세스를 송두리째 뒤엎기 위해 "북한에 의한 제네바합의 파기"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 2001년 6월6일 미 대통령 부시가 "제네바합의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대북 성명"을 발표한 것은 바로 제네바합의 파기를 위한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는 선언이었고 2002년 10월 미 특사 켈리의 방북은 이 시나리오의 실행을 위한 예비동작이었습니다. 곧바로 시작된 "북 핵 개발 시인설"은 "북 제네바합의 파기" 주장을 위한 각본이었던 것입니다.

부시행정부는 또한 출범하자마자 새로운 세기에 맞는 세계군사전략을 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는 클린턴 행정부 때까지 유지됐던 소위 "윈-윈 전략" 대신 하나의 전쟁에서 "결정적 승리"(decisive victory)를 위한 "원-플러스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바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위시한 중동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해 일방적 승리가 보장된 전쟁을 치른다는 음모였습니다. 이 음모와 제네바합의 파기 음모는 하나였던 것입니다.

9.11 사건을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나서면서 저들은 전투기 대대를 남한에 배치했고 급기야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 공사와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협상이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저들은 또 이라크를 침략한 뒤 "전후 복구 지원"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구실 밑에 한국을 이슬람 질서 재편을 위한 자신들의 가공할 음모에 동원하려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획책한 가공할 세기적 전쟁 음모에 휘말린다면 6.15시대정신의 정수인 "우리민족끼리 이념"은 손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들의 세기적 음모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방해하겠다는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고 6.15시대가 잉태되기 오래 전부터 획책해왔습니다. 그러나 6.15시대의 도래는 저들이 오래 전부터 꿈꿔온 세계지배 음모의 종언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저들의 세기적 음모는 바로 6.15시대의 도래를 막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민족끼리 통일하는 것은 세계 문명을 재창조하는 역사적 과업임을 자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2]


mt-kangjinwook-4.jpg언론은 바로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서 이 시대를 사는 이들이 나아갈 길을 밝혀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본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미제 권력으로부터의 원격통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퓰리처상에 빛나는 전설적 언론인이 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하면서 미국의 거짓 "언론자유"를 만천하에 과시한 것을 시작으로 그는 지금까지 미 군산복합체의 세계 지배 논리를 설파하는 사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가 9.11 사건에 관해 쓴 책은 9.11과 같은 공격에 보복하고 세계의 악을 제거해야 한다는 부시의 전쟁론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는 학수고대하던 새로운 진주만 사건이 터졌으니 또 한 번 미국의 세기를 건설할 기회가 왔다는 극우 미국지상주의자들의 주장을 합리화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또 한 번 퓰리처상을 또 수상했습니다.

그가 또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그는 부시 미 대통령과 이라크전쟁에 초점을 맞춰 새 책을 쓰기 위해 미 행정부로부터 수시로 고위 인사들과 만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미국의 전설적 언론인이 또 한 번의 "역작"을 출간하려 하는 이유가 이라크전쟁의 부당성을 고발하면서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수 십 년간 미국의 국가테러리즘을 지휘해온 이와 부시행정부 국무장관, 미국의 둘도 없는 동맹국인 영국의 주미 대사 등이 잇따라 나서 "부시의 이라크 전쟁 잘못"을 발설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부시행정부를 공격하는 내부자들의 책들이 꼬리를 이어 출간되고 있습니다.

"9.11 사건 정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대단히 우스꽝스러운 놀음도 있습니다. 9.11 사건은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임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차기 정권으로 하여금 "테러의 세계화"에 더 매진하게 만들기 위한 쇼입니다.

이런 "부시 때리기 놀음"은 부시 미 대통령의 실정을 공격하는 듯 하지만 부시행정부의 이름으로 자행된 가공할 전쟁과 학살만행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나 반성, 또는 미국의 만행을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을 배제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성공한 언론인 역시 저들 미 핵심세력의 가공할 음모에 복종함으로써 세계 대중을 속이는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역할은 바로 미 제국주의 핵심세력의 흉계를 합리화할 뿐입니다.

세계의 많은 언론인이 그의 모범을 따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참으로 코미디같은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옛날 어떤 이가 잠결에 나비가 된 꿈을 꾼 뒤 자신이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자신의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처럼 참과 거짓이 뒤바뀐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전 세계 언론은 미제 권력을 절대선이라 여기고 미제 권력이 악마시 하는 대상은 절대 악으로 여기게 됩니다. 미 핵심세력들의 치밀한 상징조작에 눈먼 청맹과니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거짓 정보를 양산하며 혹세무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민족언론상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무지막지하면서도 교묘한 미제 권력의 끝자락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이 상을 받아야 하는가를 고민했습니다. 결국 상을 받기로 했고 이렇게 시상식 단상에 서게 됐지만 아직 이 상의 의미를 온전히 받아 안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떨칠 수 없습니다. 미제 권력의 꼭두각시들이 판치는 세상에 살면서 이 상을 받아 뭐할까 하는 패배감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 통 뒤죽박죽인 세상, 참과 거짓이 전도되고 전쟁과 학살을 자행하면서 평화와 민주를 말하는 언어도단의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결국 언론이 제 몫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미제가 조작하는 혼돈을 바로 잡고 정의가 바로 서며 참과 거짓이 분명해지는 "새 세기 새 문명"을 창조하기 위해서도 언론이 바로 서야 합니다. 민족언론이란 바로 이 세상의 혼돈의 핵이자 요체인 남북분단구조를 타파하고 새 문명을 창조하는 언론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지금 많은 민족언론인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을 예견한 듯, 이 선언이 나오기 1년 전 <민족통신>이 민족언론의 닻을 올렸고 6.15선언이 나온 뒤에는 많은 인터넷 매체들이 조국의 통일과 평화를 지향하며 민족언론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남과 북, 이곳 미주와 일본 유럽 등 해내외에서 활동하는 민족언론 덕분에 자칫 미국에 의해 파기될 뻔했던 6.15선언이 그 생명력을 보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mt-together-3.jpg제가 어떻게 해서 이 상을 받게 됐나 돌아봅니다. 6.15남북공동선언으로 새 시대가 열림으로써 나 같은 이들도 조금씩 빛을 보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새 시대가 오면서 조금씩 열린 길을 따라 그저 걸어왔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민족이 외세를 극복하며 조금씩 열어 온 길을 따라오다 보니 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민족의 절반, 형제 자매를 적이라 여기는 풍토에 안주해 오다 통일의 문제를 나의 문제, 민족의 문제로 여기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1997년 11월 제가 속해 있는 회사의 북한부라는 부서로 발령을 받을 당시 저는 김영삼정부가 조선을 가리켜 포탄을 맞고 추락하는 비행기라 했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었습니다. 1996년 외교관 망명에서 1997년 황장엽 망명으로 이어진 고위급 탈북 사건이나 식량위기는 조선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의식에 일대 충격을 준 것은 1998년 8월31일 인공지구위성 발사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미사일발사 시험이라고 했고 아직도 "실패한 인공위성 발사"라고 알려져 있지만 조선이 인공위성을 쏘았다는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저 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이들이 "스푸트니크 쇼크"를 겪어야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겪었던 그 쇼크는 조선의 저력이자 우리 민족의 저력에 대한 각성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후 통일운동 단체들을 취재하며 운동가들을 만나고 월간 "말"지가 운영하는 통일기행에 따라 나서 비전향장기수 선생들을 만나면서 남북문제의 새로운 인식이 싹텄습니다. 지적 욕구랄까 뭔가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분출했던 것 같습니다. 한 수 배우기 위해 스승을 찾아 나설 때가 참 즐거웠습니다. 기자 싫다는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듯 여러 차례 메일을 띄우고서야 가까스로 만나 궁금한 것을 물었고 월간 "말"지 등을 뒤적여 한 두 해 전 글을 복사해 읽기도 했습니다.

1회 민족언론상 수상자인 박해전 선배의 실천적 언론활동를 통해 많이 배웠고 그를 통해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선생님들도 알게 됐습니다. 이번에 상을 수상하신 한호석 소장님의 수많은 논문들을 접했을 때는 사막을 헤매다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한 소장님을 알게 된 것은 정기열 목사님을 통해서였는데 정기열 목사님을 알게 된 것은 월간 "말"지를 뒤적이다 그 분의 북녘 기행문을 접하고서였습니다.

그 전에도 - 홍정자 선생님 등 - 형제자매의 가슴으로 북녘을 느끼면서 기행문을 쓰신 분들이 많이 계셨지만 당시 저는 그런 분들이 계신 줄을 몰랐습니다. 정 목사님의 글이 너무 신선했고 반가워서 이-메일을 띄웠고 이것저것 물으니까 "저기 가서 알아보라"며 가르쳐 준 곳이 바로 통일학연구소 홈페이지였습니다. 한 소장님의 글을 밤낮없이 읽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또 그 무렵, 저는 안동교도소에서 범민련 전사 한 사람을 면회하게 됐습니다. 저와 같은 연배로 지금도 가깝게 지내고 있고 가끔 술자리를 같이하는 그와 제가 어떤 이유로 교도소 면회소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서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했습니다. 또 그 무렵 누군가 제게 "동지에게"라는 글을 붙여서 책을 한 권 선물했는데 그 말 또한 지금까지 제 가슴속에 남겨져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는 서서히 통일의 문으로 가까이 다가섰고 1999년 페리보고서가 나오고 2000년 6.15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민족이 미국이 강요하는 이 분단구조를 허물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에 도달했습니다.

그 무렵 저는 북한부를 떠나 외신부로 발령이 났는데 이런 확신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글을 쓰고 강연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보도" 활동으로 못다 한 일을 "언론" 활동으로 이루려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돌이켜보면 통일을 문을 열고자 노력했던 많은 분들이 간 길에 뒤늦게 합류한데 지나지 않고 그 분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걷다 어느덧 상을 받게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극을 마다 않고 통일의 길을 걸어가신 수많은 선각자들과 지금도 고난의 길을 헤쳐 가는 많은 선후배 청년 운동가들이 모두 스승이었습니다. 결국 이 상은 제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조국의


통일을 위한 길을 걸어가신 분들과 앞으로 걸어갈 분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가시는 분들과 또 그 길을 따라갈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끝]

(20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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