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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전쟁과 한국의 징병제" [200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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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 작성일01-11-23 00:00 조회3,4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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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석(군사평론가 "반갑다 군대야"저자)

9월 11일 미국 뉴욕 무역센터건물이 습격 당하기 몇 일 전인 9월 초 군 입대를 앞둔 이스라엘 고교생 62명이 샤론 총리에게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정책에 항의해 병역 의무를 거부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테러를 일삼는 군대에는 갈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또 걸프전이 한창 벌어지던 1990년 8월 30일, 당시 22세의 미 해병대 상병이던 제프 패터슨은 하와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전투기 탑승을 거부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공격에서 전시 명령을 거부한 최초의 군인이었다. 활주로에 앉아 걸프전에 나가 싸우라는 명령에 맞서고 있는 제프의 사진이 당시 전 세계의 TV와 신문에 등장했었다.

전시중인 이스라엘과 미국에서도 고교생과 해병대 상병처럼 양심적, 정치적 병역 거부가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지금도 미국이 일으킨 아프간 침략 전쟁에 한국에서는 비상경계령을 내리는 준전시체제를 가동중이다. 또 머지않아 비전투병 파병은 물론 전투병 파병까지 할 움직임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야만적인 테러를 일삼는 군대에 갈 수 없다며 입영과 병역의무를 거부한 이스라엘 고교생이나 이라크 전쟁 참전 명령을 거부한 제프 패터슨 같은 결단을 한국에서 바라는 건 무리일까. 한국에서는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양심적인 병역 거부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1년 5월은 "군목무 중"인 시위진압 "백골단"에 타살된 명지대 강경대 열사의 10주기 되는 달이었다. 10년 전 사건 당시 군 복무중인 군인, 전투 경찰들의 양심선언 즉 지금의 양심적 병역거부가 물밀 듯 터져 나왔다. "백골단" 박석진 이병, "정치적 병역거부 군인" 김대영 이병, 이동익 일병, 이종수 이병이 군대와 경찰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부대를 나와 오랫동안 쫒기는 몸이 되었다. 전시나 마찬가지인 분단사회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귀한 경험이 끊어진 채 한국에서 1년에 25만 여명의 젊은이들은 군에 입대하고 있다. 1949년 병역법 제정뒤 50년 간 계속되었다.

물론 한국 징병제는 다른 나라 징병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50년 이상 동족을 주적으로 하는 분단된 나라의 징병제이다. 한국군대의 출발점은 첫 단추부터 잘못 기워져 지금껏 기형적인 징병제아래서 일제 식 "징집 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첫째, 한국군은 해방 뒤 "독립군"을 때려잡은 일본육사 출신과 만주군관학교 출신들이 군 지휘부를 구성했고 미군정의 주도로 창설되었다. 징병대상은 미국의 동북아군사패권전략에 의해 대소 전진기지 구실을 해야 하는 주한미군 하부의 한국군 70만 장병이었다.

둘째, 1950년 7월 16일, 이승만은 한국 전쟁당시 대전에서 한국군의 작전 지휘권까지 유엔군(미군) 총사령관에 넘겨 한국 젊은이들은 지금까지 자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작전지휘권없는 군대에 징병되고 있다. 위와 같은 조건에서 1949년 병역법 제정 뒤 50년 간 지금도 1년에 약 25만 여명의 젊은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입대하고 있다. 자식을 마음놓고 군에 보낼 수 없는 부모님의 가슴앓이는 시작된다.

젊은이들이 복무하는 현 징병제아래 한국 군대의 현주소는 어떤가.

첫째, 거대한 `인권 사각지대`이다. 머리 깎고 입대한 첫 날부터 사병들에게는 일상생활에 대한 통제와 구타, 규율 강요, 훈련 등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상명하복이 가해지고 있다.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일본식과 미국식 군사훈련이 뒤섞인 결과였다. 체계적인 반북 정신교육 외에도 반인간적인 구타와 기합이 일상화된 국방색 울타리 안에는 사병들이 인간적 모욕과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군에서 사병들이 1년에 300명이 죽고 7000여명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1년에 국지전이 한번 일어난 숫자다.
또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징병대신 감옥을 선택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1371명에 대해 충격적인 인권 문제다. 이 문제가 2001년 9월 터키에서 있었던 세계 병역거부자 대회에 보고되자 외국참가자들이 한국의 변호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둘째, 현 징병제는 푸르디 푸른 젊은이들을 권위주의와 일방적인 군사문화에 물들게 한다. `군대갔다 오면 철든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젊은이의 고유한 특성인 순수한 조국애, 정의감에 넘쳐있던 사람들이 26~ 30개월의 복무기간이 지나면 체제 순응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사회로 돌아온다. 군사화된 남성을 길러내 군대안팎에서 시민의 무비판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정 폭력의 한 주범으로 드러난다. 시대착오적인 반공주의에 뿌리를 둔 군사문화의 위세는 쌍방향의 대화에 익숙해있는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토론마저 단절시킨다. 일년에 적어도 25만 명 이상씩 말이다.

셋째, 현 징병제는 군의 비대화로 사회 위화감을 조성하는 `불평등`과 민족적인 낭비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징병제를 유지한다면서 1975년부터 2001년까지 국민의 피땀인 천문학적인 세금 177 조원을 부대운영유지비와 미국 무기 사재는 데 썼다. 한해 국방예산 중 3조 5천억원이 낭비된다. 병역비리 `깃털` 박노항 원사의 체포에서 알 수 있듯이 특권층과 자식들은 병역의무와 담을 쌓았다. 징집대상은 가진 것 없는 서민층의 자식들이다. 헌법 제6조“국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한다”는 취지는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게 현실이다. 또 동족인 북한군을 `한사람`이 아니라 `한 마리`로 보며 주적 개념에 불타는 적대적인 징병제는 민족최대의 낭비다.

1999년 12월 징병제를 반대하는 모임의 설문조사에서 현 징병제의 폐해는 그대로 드러났다. 우선, 징병제에 대한 찬반투표의 결과로 "당연히 모병제가 돼야 한다’가 20%, ‘현실적 조건을 고려한 모병제로의 전환’이 61%였다.‘모병제로의 전환을 반대한다’는 20%에 미치지 못했다. 투표에 참가한 압도적 다수가‘모병제’를 선호하고 있었다.

‘징병제의 가장 큰 위헌성은?’이란 질문에는 40%가‘기회(젊음)의 상실’이라고 대답했다.‘평등권’박탈이 22%,‘자유권’침해가 19%,‘인권’유린이 16%,‘자존(생존)권’위협이 3%였다. 또‘대체근무를 전제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데는 61%의 응답자가‘그렇다’고 했다. 이에 반해,‘구타나 얼차려가 없어진다고 전제하고, (모병제가 되면) 얼마의 임금을 주면 군대에 가겠느냐’는 질문에는‘아무리 많이 줘도 절대 안 간다’가 46%로 가장 높았다. 결국 젊은이들의 40%가 징병제를 기회와 젊음의 상실로 보고 있고 "현실적 조건을 고려한 모병제를 61%가 원하고 있다는 것은 현 군대의 개혁과 군민주화, 모병제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머지않을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계(잠정협정)구축과 맞물려 통일시대를 지향하는 군대규모로 통상 적정 병력규모를 인구의 1% 이내로 보고 40만 명 이하 규모로 감축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
바로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과 10·12 북·미 공동 코뮤니케가 거대한 공룡인 한국군대와 징집제를 뒤흔드는 객관적인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주적개념 철회와 군 작전권 환수를 모색할 수 있다. 가깝게는 아프간 침략 전쟁에 비전투병 파병과 전투병 파병으로 남의 나라 침략전쟁에 이빨에 고추가루 끼듯 할 필요없다. 시급히 지금의 비상경계령 조치를 풀고 6·15공동선언 이행에 힘써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 단계에서 18개월로의 복무기간 단축과 지원병제 도입이 바람직하다. 이는 휴전선 155마일에 촘촘이 보초서는 봉건적인 군사전략이 바뀌는 것을 뜻한다. 9월 30일 항공모함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윈-윈 전략이 철회된 미국 국방 정책 검토보고서 (QDR)는 스스로 허리 띠 졸라맨 정예군으로 탈바꿈하려는 몸부림이다. 거대한 "공룡" 한국군의 군사전략은 과연 있는가. 한국의 자주적인 군사전략이 있을 때 비로서 무조건 젊은이들을 끌어가는 징병제는 혁명적인 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고교생과 미 해병대 상병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 스스로 찾는 권리이자 평화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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